- 美서안 운임, 부산·상하이 동일

- 중소 수출업체 물류비 부담 가중

지난해 8월 말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미주서안과 유럽, 중동, 지중해 노선의 컨테이너 운임이 많게는 3배까지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여파로 지역 중소수출업체의 물류비 부담이 크게 가중되고 있다. 운임을 후려쳐 경쟁사가 퇴출되면 그에 따른 과실을 독식하겠다는 외국선사의 전략이 그대로 실현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정책의 오판으로 인한 후폭풍이 계속되고 있는 셈이다.

17일 해운업계에 따르면 한진해운 법정관리 직전인 지난해 8월 26일 미주서안 노선의 12m짜리 컨테이너 1개 당 운임은 1000~1100달러였지만 지난 16일 현재 운임은 이보다 배인 2000~2200달러로 올랐다. 같은 기간 유럽 노선의 운임은 1400달러에서 2400달러로, 상대적으로 저렴했던 중동 노선 운임은 500달러에서 1400달러로 무려 3배 가까이 상승했다. 지중해 노선의 운임은 1000달러에서 2300~2400달러로 2배 이상 상승했다. 6m짜리 컨 운임은 미주노선의 경우 12m짜리의 80% 정도이며, 나머지 노선에서의 운임은 통상 절반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가 상승과 중국 최대 명절인 춘절을 앞둔 운임의 일시적 상승도 한 요인이지만 치킨게임을 주도한 세계 1, 2위 선사인 머스크와 MSC의 횡포에 가까운 운임 올리기가 주된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이런 운임 상승 현상은 이제 고착화됐다는 분석도 나온다. 업계는 과거 상하이해운거래소에서 발표하는 상하이컨운임지수를 예로 들었다. 한진해운 사태 전에는 미주서안의 경우 부산 출발 운임이 상하이 출발 운임보다 통상 10% 저렴했지만 지금은 같아졌다. 한진해운 몰락 이후 기본적으로 미주서안 운임이 10% 상승했다는 것이다.

과거 미주서안 노선의 점유율이 7.6% 안팎이던 한진해운이 국내 화주들의 운임 방패막이가 됐지만 지금의 현대상선으론 어림도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오히려 현대상선도 머스크나 MSC 수준의 운임을 받고 있다고 덧붙였다.

화주와 선사 간 화물을 주선하는 A포워딩사 관계자는 "미주서안이나 유럽 노선을 이용하는 대기업은 1년(통상 5월부터 다음 해 4월까지) 계약을 하면서 리스크 관리를 잘 하기 때문에 큰 피해는 없지만 문제는 분기나 단발 계약을 하는 지역 중소기업"이라고 말했다.

수출업체 B사는 "과거에는 한진해운이 있어 협상의 여지가 있었지만 지금은 외국선사가 내놓은 운임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어 많은 중소기업들의 물류비가 60, 70%에서 많게는 배가량 상승했다"고 토로했다.

포워딩사도 외국선사에 속수무책이다. 1년 계약이나 분기계약을 한 값싼 운임의 컨 화물이 운임이 높은 화물부터 부킹을 하는 외국선사들에 의해 거부당하는 경우가 생겨 화주들로부터 클레임을 받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 C포워딩사는 "부산지역 100여 개 포워딩사 중 아직은 문 닫은 업체는 없지만 올 상반기 중 몇 개는 폐업사태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현대상선과 새로 출발하는 SM상선이 한진해운의 영업력을 확보하기에는 상당 기간이 걸릴 것"이라며 "당분간 이런 시련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흥곤 기자 hung@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