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기지표 개선기미 안 보이고
- 교역 둔화로 수출 증가세 제한
- 상반기 전망 비해 0.3%P 낮춰

- 탄핵 둘러싼 혼란 계속되고
- 美 금리인상 땐 가계대출 폭탄
- 최악 땐 성장률 더 떨어질수도

"국내 정치 불안이 지속되고,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신흥국의 경기가 급락하게 된다면 성장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김성태 거시경제연구부장은 7일 기획재정부 브리핑룸에서 내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4%로 예상하는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이같이 강조했다. 국책 연구기관인 KDI는 이날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애초 2.7%에서 2.4%로 낮추면서 수출과 내수 동반 부진을 주된 이유로 제시했다. 하지만 이마저도 국내 정치 리스크와 미국발 대외악재 파장의 정도에 따라 장담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우리 경제를 둘러싼 대내외 위기요인들이 눈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책 당국이 어떤 대응책을 내놓을지 향후 추이가 주목된다.

7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대외경제장관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오른쪽 두 번째)과 경제장관들이 굳은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수출·내수 동반부진

KDI가 내년 경제성장률을 기존 2.7%에서 2.4%로 낮춘 것은 성장동력을 찾기 어려웠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수출 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내수도 둔화되고 있어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KDI는 "수출은 세계 경제 성장률이 여전히 완만한 가운데 세계교역량 증가세도 둔화됨에 따라 제한된 증가세를 보일 것"이라며 "내수는 실질소득 개선 추세가 축소되면서 점차 둔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설비투자는 수출부진이 완화되면서 회복하지만 제조업 가동률이 낮은 수준에 머물고 있어 회복세는 제한적인 수준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경기지표 역시 경기둔화세가 뚜렷하다. 3분기 경제성장률은 전년 동기 대비 2.6%로 전 분기(3.3%)보다 낮으며, 전기 대비로도 경제성장률이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자물가는 농산물 가격이 급등하며 일시적으로 반등했지만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1% 내외 낮은 상승세를 보이고 있으며 향후에도 낮은 수준으로 정체될 것으로 예상된다. 취업자 수도 20만 명대 후반의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지만 상용직 증가 둔화, 임시·일용직 감소 등 경기 하강기의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업률도 3%대 후반의 높은 수준이 지속되고 있다.

대외적인 상황도 녹록지 않다. 미국 대선 이후 장기금리가 상승하고 있어 가계와 기업의 부채상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환율도 빠르게 상승하면서 향후 위험요인으로 부상할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최근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한 국내 정치 불안요인이 진정되지 않고 이어진다면 우리 경제는 더 힘들어진다는 게 KDI 분석이다.

■탄핵·美 금리인상 후 한국경제는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가결 여부가 9일 가려지고, 미국의 금리 인상 여부를 결정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15일로 예정돼 있다.

탄핵이 가결돼 대통령의 퇴임을 둘러싼 여야 간 갈등이 일단락되면 정치권은 한 달 넘게 지연된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인선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새 부총리 임명 절차가 재개되면 답보를 거듭하는 내년 경제정책 방향 결정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국회에서 잠자고 있는 경제활성화 관련 법안 처리에도 돌파구가 열릴 수 있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대선까지 거시경제의 주요 축인 기획재정부가 힘을 쓰기 어려울 것이란 견해도 있다.

만약 탄핵안이 국회에서 부결되면 탄핵안 재발의 가능 여부 등을 놓고 대한민국은 다시 한 번 미증유의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도 여전히 남아있다.

시장은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인상을 확실시하는 분위기다. 미국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 저금리 기조 하에 우리나라와 신흥국에 유입됐던 미국 등 선진국의 자금이 유출돼 충격을 가져올 가능성이 있다. 미국 금리 인상으로 인한 자본 유출을 막기 위해서는 우리나라도 기준금리를 올려야 하지만 이 경우 1300조 원을 돌파한 가계부채 뇌관을 건드릴 수 있다. KDI는 이날 경기하방압력에 대응하기 위해 한국은행이 금리 인하라는 확장적 거시경제정책을 당분간 유지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최정현 기자 cj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