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입자 은퇴시점에 맞춰
- 젊었을 때는 주식 투자
- 나이 먹을수록 채권으로
- 포트폴리오 알아서 조정

- 투자 자산가치 변동 따라
- 원금손실 우려도 있어

젊었을 때는 가진 것을 잃는 위험도 감수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가지고 있는 것을 안전하게 지키고자 하는 성향이 강해진다. 이런 인생의 흐름에 맞춰 개발된 연금 상품이 '라이프 사이클 펀드'다. 생애 주기(life cycle)에 따라 전략을 다르게 하는 펀드라는 뜻이다. 대표적인 유형이 최근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잇달아 내놓은 '타깃데이트펀드(Target Date Fund·TDF)'다.
■타깃은 '은퇴 시점'

'타깃 데이트 펀드'는 '날짜를 겨냥한 펀드'라는 뜻이다. 여기서 가리키는 날짜는 은퇴 시점이다. 따라서 가입자의 나이에 따라 운용방법이 바뀔 수밖에 없다. 은퇴 시점을 정하면 그때를 기준으로 자산운용사가 생애주기에 따라 포트폴리오를 알아서 조정해준다. 기존 연금 상품이 가입자가 스스로 판단해 운용해야 하는 것과 차이가 있다.

투자 전략은 은퇴 시점이 다가올수록 손실 위험을 감수하는 적극적 투자에서 모아둔 돈을 안전하게 지키는 보수적 투자로 바뀐다. 젊었을 때는 위험 자산인 주식 등의 비중이 높다가 은퇴 시점이 가까워질수록 주식을 줄이고 채권 같은 안전 자산 비중을 높이는 것이다.

미국은 TDF시장의 자산 규모가 2015년 말 기준 1조 2400억 달러에 달한다. 미국에서 TDF가 급성장한 배경은 '디폴트 옵션(default option)' 제도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이 제도는 가입자가 구체적인 운용 지시를 하지 않을 경우 사전에 정해진 금융상품으로 자동 운용되도록 하는 것이다. 금융 상품에 관심이나 지식을 갖기 어려운 이들을 위한 선택지다.

금융위원회도 개인연금상품에 디폴트옵션과 같은 '투자일임형'을 도입하는 내용의 개인연금법 제정안을 최근 입법예고했다.

■주식에서 채권으로 자동운용

우리나라에서 현재 판매 중인 대표적 TDF는 지난 4월 삼성자산운용이 선보인 '한국형 TDF' 시리즈다. 삼성자산운용 관계자는 "퇴직 연금에 관해 관심과 이해가 부족하고 관리를 잘 하지 않는 이들을 위한 상품이다"고 설명했다.

총 7개 상품이 있는데 그중 하나인 '한국형 TDF 2045'을 예로 들어보자. 2045년은 은퇴 시점을 가리킨다. 지금으로부터 30년 뒤인 2045년쯤에 은퇴할 20~30대가 가입대상이다. 현재는 주식 비중이 79%로 높지만 5년 단위로 77%→ 68%→55%→42%→29%까지 낮아지다가 은퇴 이후에는 10%대가 된다. 대신 은퇴시점에 다가갈수록 채권 비중이 높아진다. 주식 구성도 초기에는 성장주 위주에서 나중에는 배당주 비중을 늘린다.

'한국형 TDF 2020'은 은퇴까지 얼마 남지 않은 50대 이상 '맞춤형'이다. 주식 비중이 39%에서 출발해 5년 뒤 은퇴할 시점에는 29%, 은퇴 뒤 18%를 유지하는 형태다. 한국투자신탁운용도 한국형 TDF 상품을 출시할 예정이다. 삼성자산운용과 마찬가지로 한국인의 생애주기, 임금, 경제 상황 등에 맞춰 자산을 배분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두 상품은 공통적으로 미국의 TDF 전문 자산운용사와 손잡고 상품을 만들었다. 둘 다 펀드에 들어온 자금을 미국의 회사가 운용하는 펀드에 넣는 재간접 투자 방식이다. 삼성자산운용은 미국 TDF시장 점유율 5위를 차지하고 있는 '캐피털그룹'과, 한국투자신탁운용은 미국 TDF 시장 점유율 3위인 '티로프라이스'와 협업한다.

이보다 앞서 외국의 전문 운용사와 제휴하지 않고 출시된 상품도 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미래에셋 평생 연금 만들기 2040' 펀드는 2040년쯤 은퇴할 것을 상정하는 20·30대에 알맞은 상품이다. 시간에 따라 자동으로 위험자산비중을 줄이고 안전자산비중을 늘리는 방식은 같다.

그러나 이 상품 역시 투자한 펀드자산의 가치 변동에 따라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