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롯데그룹 전방위 세무조사
- 성주 사드 부지 원인제공 해석
- 관세율 재조사·인증기준 강화 등
- 현지 기업 압박 확산 조짐

- 정부 "아직 구체적 피해 없다"
- 뚜렷한 대응 없이 소극적 자세

자국 내 롯데그룹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방위 조사(본지 2일 자 1면 보도)가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에 따른 우리 정부와의 정치적 갈등에 대한 '보복' 성격의 조처로 추정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류 금지 등에 머물렀던 중국의 '대한(對韓) 압박'이 중국에 진출한 개별 기업으로 향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기업들은 "결국 올 것이 왔다"며 한껏 움츠리고 있지만 정부는 롯데그룹을 포함한 주요 기업들의 피해가 현실화된 상황에서도 뾰족한 대응책 없이 "중국 측에 우려를 전달하겠다"는 소극적 자세만 취하고 있어 불안감을 더욱 키우고 있다.

중국 현지에 진출한 롯데마트 뤼위안점.

2일 롯데를 포함한 재계와 다수의 무역단체는 중국 정부가 자국에 진출한 롯데의 개별 기업에 대한 세무조사와 각종 점검 등 전방위 압박에 나선 것을 놓고 "롯데가 경북 성주골프장을 사드 부지로 제공한 데 대한 보복 성격의 조처"라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우리 경제를 향한 중국의 압박이 '자국민의 한국 관광 제한→무역규제 강화→한류 금지→개별 기업 세무조사' 등 갈수록 구체화되고 강도가 세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의 정치적인 문제(사드)를 주요 원인으로 의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롯데 역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무엇보다 그간 롯데가 중국을 '빅 마켓'으로 정해 집중적인 마케팅과 세일즈를 벌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조사는 관련 계열사의 경영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롯데그룹 대외협력단 관계자는 "그룹 차원의 입장을 밝히긴 곤란하다"면서도 이번 조사의 '강도'와 관련해서는 "이례적으로 셌다. 조사 대상도 이전과 달리 현지에 있는 모든 계열사였다"고 설명했다. 당장 이날 주식시장에서는 롯데손해보험(-1.61%) 롯데정밀화학(-1.96%) 롯데칠성(-2.19%) 롯데쇼핑(-1.41%) 등의 주가가 중국발 악재 탓에 전 거래일보다 하락 마감했다.

문제는 '사드 보복'으로 추정되는 중국의 압박이 현지에 진출한 한국의 다른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실제로 중국 정부는 롯데에 대한 세무조사 등에 앞서 자국 내 우리 기업에 대한 반덤핑 관세율 재조사와 인증기준 강화에 나서는 등 무역 규제를 본격화했다. 이 때문에 관련 기업들은 대중 수출에 차질을 빚거나 전략을 다시 짜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 수출입은행에 따르면 2011년부터 현재까지 중국에 진출(신규법인)한 부산(156곳) 울산(54곳) 경남(145곳) 기업도 355곳에 달한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우리 정부는 이날 "중국 측에 우려를 전달할지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입장만 밝혔을 뿐 뚜렷한 대응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앞서 산업통상자원부 우태희 2차관은 지난 8월 국회에서 "중국이 직접적인 조처를 했거나 우리 측 피해 사례가 발생한 것은 아니다"고 말해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는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았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