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제유가 당분간 상승 전망
- 해양플랜트 수주 등 기대감
- 중동 등 수출시장 활기 띨 듯
- 한국쉘석유 등 관련주 급등세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원유 생산량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한국 경제가 '오일 쇼크' 우려를 딛고 모처럼 수출 개선 등에 대한 기대감에 휩싸였다. 특히 동남권 경제와 밀접하게 연관된 정유·화학·조선업체들의 업황 개선이 기대된다.

1일 정유업계 등에 따르면 OPEC 회원국들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오스트리아 빈에서 총회를 열어 하루 최대 원유 생산량을 120만 배럴(3370만→3250만) 줄이기로 최종 합의했다. 회원국들은 "합의가 무산돼 저유가 기조가 더 심해지면 글로벌 경제가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를 표명하며 감산에 공감을 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이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1월물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배럴당 4.21달러(9.3%) 오른 49.44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이 상승 폭은 9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우리 경제도 합의 불발에 따른 수출 악화와 금융시장 패닉 우려에서 벗어나 '일단'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게 됐다. 국제유가가 오르면 중동 등 신흥시장의 수요가 살아나 한국 수출은 활기를 띠게 된다. 특히 정유·화학업체들은 미리 사놓은 원유의 가격이 구매 당시보다 올라 재고 이익이 늘고, 조선업체들은 해양플랜트 수주에 대한 기대감이 발생한다.

실제로 주요 이슈를 가장 빠르게 흡수하는 주식시장에서 이날 관련 업체들의 주가는 대부분 급등세를 보였다. OCI(4.89%)와 금호석유(4.79%) 등 주요 업체들을 비롯해 케이에스씨비(경남·1.42%)와 미창석유공업(부산·1.28%), 한국쉘석유(부산·0.22%) 등 동남권 주요 석유·화학업체들의 주가가 전 거래일보다 상승했다. 현대중공업(5.63%)과 현대미포조선(2.75%), 삼성중공업(5.90%)도 강세를 보였다.

국내 금융투자업계는 OPEC 회의 결과로 불확실성이 제거된 만큼 국제유가의 상승세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동부증권 유경하 연구원은 "브렌트유를 기준으로 볼 때 앞으로 3개월 안에 배럴당 55~60달러까지 올라갈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투자증권 서태종 연구원도 "이번 합의로 공급과잉에 대한 우려가 일부 해소됐다는 점을 고려할 때 배럴당 5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다만 불확실성이 완전히 걷히지 않았다는 주장도 만만찮다. 과거 OPEC의 감산 합의가 실제로 이행되지 않은 경우가 적지 않았던 데다 비(非) OPEC 회원국들을 설득하는 과정도 남아 있다는 이유에서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