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이트바라쿠다(Great Barracuda·사진)는 몸 길이 2m, 체중 40~50㎏에 이르는 대형 종으로 20여 종의 바라쿠다 중 가장 덩치가 크다. 무리를 이루는 다른 바라쿠다와 달리 독립생활을 하는 그레이트바라쿠다는 열대 바다를 다니다 보면 홀로 있는 모습이 자주 눈에 띈다. 위턱보다 길게 튀어나온 아래턱을 꾹 다문 채 어슬렁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주변 환경과는 별개로 움직이는 고집불통처럼 보인다.
바라쿠다는 공격성이 강해 만만한 먹잇감을 만나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진한다. 심리학자들은 수조 안에 바라쿠다와 작은 물고기들을 넣어두고 그 사이에 투명한 유리 칸막이를 설치한 후 바라쿠다의 행동양식을 실험했다. 작은 물고기를 발견한 바라쿠다는 이들을 향해 달려들지만 유리벽에 부딪히고 만다. 몇 번 실패를 경험한 다음부터는 공격을 멈춘다. 이때 유리 칸막이를 걷어내면 어떻게 될까. 신기하게도 실패했던 자신의 경험에만 의지하기 때문에 더는 작은 물고기를 공격하지 않는다. 심리학자들은 이같이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고 자신의 경험에만 의존해서 모든 것을 판단하는 것을 '바라쿠다 신드롬'으로 설명한다. 결국 판단의 근거가 되는 것이 자신의 짧은 경험뿐이다 보니 새로운 가능성은 전혀 고려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만약 어떤 조직 내에 의사를 결정할 위치에 있는 자가 바라쿠다 신드롬에 빠져 있다면 그 조직은 발전하지 못한다. 그는 모든 판단 기준을 자신의 경험과 관습에만 의존하려는 아집에 매몰돼 있기 때문이다. 박수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