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과 썸타기'는 신문에서 금융 기사를 한 번도 읽어 본 적 없는 독자를 위한 금융 이야기를 합니다. 이제 금융에 첫발을 내디뎌 볼까 막 호기심을 갖기 시작한 독자를 위한 코너이기도 합니다. 기자가 직접 체험하는 금융 이야기부터 금융 뉴스 속에 숨겨진 지식, 금융 관련 책·영화, 기사화되지 못했던 '자투리' 뉴스 등을 소개합니다. 멀고 어렵게만 느껴지는 금융이 내 삶과 가까이 있음을 느낄 수 있는, 쉽고 가벼운 수다를 들려드립니다. 지면에서 다뤄지기를 바라는 것이 있다면 전자메일(anyway@kookje.co.kr)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

1969년 4월에 열린 한국증권거래소 부산지소 개장식 장면.

금융 담당 기자로 여의도에 있는 한국거래소(서울지사)를 출입하다 보니, 세상은 두 부류의 사람으로 이뤄진 것 같았습니다. 주식파와 비(非)주식파. 결혼하기 전에는 저축을 해본 적도 없을 만큼 재테크에 무지했지만, 매일 코스피 지수 그래프를 들여다보는 게 일이 되고보니 도대체 끊임없이 이 그래프를 움직이는 힘이 무엇인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러던 중 한국은행 출입기자 교육 강사로 온 맥쿼리증권 황찬영 전무의 말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여러분 주식시장이 제일 싫어하는 단어가 뭔지 아세요? 네 글자입니다. 불·확·실·성."

그 순간 취업을 준비하던 시절 이대로 세상 밖으로 밀려나는 것은 아닐까 두려움에 잠을 설치던 새벽 4시의 어스름, 앞날을 알 수 없는 모든 사항이 주는 불안에 빠져 하염없이 걷던 밤길이 떠오르더군요. 누구나 '불확실성'의 공포에 짓눌려 본 적이 있겠지요. 제가 기사에 써내려가는 것은 '코스피지수 3.09포인트, 0.51%'와 같은 숫자이지만 결국 그 숫자를 결정하는 것이 사람임을 새삼 깨달았습니다. 기자는 결국 사람의 이야기를 하는 것이라는 것도요. 저도 그 숫자를 움직이는 대열에 서 보기로 했습니다.

'저축만이 살길'이라는 대표적인 '비주식파' 남편을 설득하는 일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목돈 모으기는 오로지 '정기적금', 그것도 회사 지하에 입점한 은행 한 곳만 주야장천 이용하는 그는 "주식은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라며 펄펄 뛰었습니다. 기자가 직접 경험해보고 써야 살아있는 기사라고 설득했지만 "그럼 '국정농단' 기사는 '국정농단' 해봐야만 쓰냐?"고 쏘아붙이는 바람에 할 말을 잃었습니다. '남편 몰래 해야겠구나….'

일단 주식을 하기로 마음 먹은 제가 가장 먼저 한 일은 주식 시장의 역사를 알아보는 것입니다. 누군가를 이해하고 가까워지는 길은 그가 살아온 이력을 공유하는 데서 출발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서요. 인터넷 '즐겨찾기'에 있는 한국거래소 홈페이지를 뒤지다보니 '한국거래소 60년사'라는 PDF 파일이 눈에 띄더군요. 우리나라 최초의 공식 증권시장 '대한증권거래소'가 문을 연 것이 1956년 3월 3일, 올해로 꼭 60년 전의 일이었습니다. 사진 위주로 넘기다 한 장의 사진 앞에서 손을 멈췄습니다. '한국증권거래소 부산지소' 서울에 집중돼 있던 주식 인구를 지방으로 확대하기 위해 1969년 4월 부산에서 우리나라 최초의 지방증권시장이 개장됐다는 겁니다.

박지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