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질 민감한 지역 분위기 의식
- 업체, 문구 빼고 재광고 해프닝

"우리는 '순시(순한시원)'나 '즐거워예' 말고 '좋은데이'로 갖다주이소." 지난 18일 식당에서 만난 부산시 상수도사업본부의 한 간부는 식당 직원에게 이렇게 주문했다. 부산 향토기업 제품이라는 이유로 애정을 갖고 일부러 대선주조 제품을 찾아 마시던 시 공무원의 입에서 왜 이런 말이 나왔을까.

지난 16, 17일 대선주조가 지역 일간신문에 게재한 '순한시원' 광고가 사태의 시발점이었다. 이 광고에는 천연암반수로 만든 제품을 강조하며 '수돗물은 그만, 천연암반수로 바꾸세요'라는 문구가 사용됐다. 고도정수를 통한 깨끗한 수돗물 공급을 자부하던 상수도본부 측에서 "수돗물이 뭐 어때서"라는 격앙된 반응이 나온 건 당연지사. 가뜩이나 수돗물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개선하기 힘겨워하는 상황에서 수질에 문제있는 것처럼 광고한 대선주조에 뿔이 날 수밖에 없었다.

상수도본부는 즉각 대선주조에 해당 광고 문구를 사용하지 말 것을 공식 요구했다. 가장 먼저 이 광고를 보고 문제 제기를 했던 수돗물 시민평가단 역시 대선주조에 강력 항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상수도본부는 공정거래위원회에도 이 같은 내용의 민원을 제기했지만, 수돗물을 직접적으로 비방하는 내용이 없어 문제되지 않는다는 답변을 받았다.

예상치 못한 상수도본부의 항의에 놀란 대선주조가 며칠 뒤 해당 문구를 뺀 광고를 다시 게재하면서 이 일은 해프닝으로 끝났다. 해당 문구는 수돗물 부분은 빼고 '천연암반수 100% 물이 다르다'로 수정됐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상해버린 상수도본부 직원들은 당분간 대선주조 제품은 마시지 않겠다고. 한 간부는 여전히 섭섭함이 가시지 않은 듯 "시민에게 깨끗한 수돗물을 공급하기 위해 애쓰는 우리 입장에서는 기분이 상할 수밖에"라며 "당분간은 타사 제품을 마실 것"이라고 말했다. 최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