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전자, 세계 1위 하만 인수
- 스마트폰 기술력 시너지 기대

- LG전자, VC사업 인력 보강
- 글로벌 자동차 메이커와 공조

- SKT·BMW 커넥티드카 'T5'
- 5G 통신망 이용 세계 첫 시운전

미래의 신성장동력으로 꼽히는 스마트카(Smart car) 분야를 놓고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국내 IT 업체들이 관련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본격적인 경쟁에 돌입했다.

볼보자동차 제공

■삼성 스마트카 시장 진출

17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IT 업체는 스마트카 시장에서의 점유율을 높이기 위해 해외 전장(電裝·전기전자 장치) 기업을 인수하거나 관련 조직을 대대적으로 개편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여기에는 스마트폰 시장이 포화 상태에 이른 상황에서 '스마트카'라는 새로운 사업 영역을 선점해 회사의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스마트카는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초고속 인터넷망에 접속된 자동차)와 자율주행차, 전기차 등 네트워크 접속이나 무선통신 기능을 갖춘 신개념 자동차를 말한다.

삼성전자가 '하만'을 인수하기에 앞서 지난 2월 '모바일 월드 콩그레스 2016'을 통해 공개한 커넥티드 카 솔루션 '삼성 커넥트 오토'. 삼성전자 제공

스마트카와 관련해 가장 발빠르게 움직이는 곳은 최근 미국의 전장 전문기업인 '하만'(Harman)을 인수(본지 지난 15일 자 15면 보도)하기로 한 삼성전자다. IT 업계 관계자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오디오와 스마트폰을 연결한 것)와 관련한 하만의 시장 점유율이 세계 1위라는 점을 고려할 때 삼성전자는 단숨에 일본과 독일의 스마트카 기업들과 경쟁할 수 있게 됐다"며 "그동안 스마트폰에 주력해 온 삼성이 커넥티드 카 영역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이밖에도 업계 안팎에서는 인공지능(AI) 플랫폼 업체인 '비브 랩스'를 지난 9월 인수한 삼성전자가 자동차 전장 사업에 음성인식 AI 기술 등을 접목시킬 경우 목소리만으로 차를 제어하고 자율 주행까지 가능한 스마트카의 탄생이 가능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해 말 조직 개편을 통해 디스플레이 사업 부문 산하에 전장팀을 신설했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삼성전자가 미래 자율주행차의 핵심 부품을 패키지로 제공할 수 있는 능력을 이미 갖춘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LG, VC사업 인력 대폭 보강

스마트카 기능을 갖춘 재규어 랜드로바의 '버추얼 와인드스크린'(Virtual Windscreen) 산업교육연구소 제공

LG전자도 스마트폰 관련 인력을 자동차용 전장부품 사업을 담당하는 VC사업본부로 최근 이동시켰다. 이에 따라 지난해 2800여 명이던 해당 본부의 직원 수는 이번 인사로 50%가량 늘었다. LG전자는 2013년 VC사업본부 신설 이후 3년간 매년 4000억 원씩 투자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지금은 GM·폭스바겐 등 글로벌 제조사들과 자동차 통신 기술(V2X)을 공조하고 있으며 자율주행차 개발에도 참여하고 있다.

LG전자가 주도하는 V2X 기술은 ▷차량 대 차량(Vehicle to Vehicle) ▷차량 대 보행자(Vehicle to Pedestrian) ▷차량 대 인프라(Vehicle to Infrastructure) 등 자동차와 모든 개체 간 통신을 셀룰러 기술인 LTE(롱텀에볼루션)를 통해 하는 것이다. LG전자는 V2X 기술이 실용화되면 차량 간 충돌 방지, 도로 보행자 보호, 차량 교통흐름 제어, 자율주행, 차량 내 멀티미디어 서비스 등 미래 지능형 교통 서비스를 보다 정교하게 제공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전자는 또 스마트카 사업을 효과적으로 키우기 위해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기구와 전기차 부품 개발 등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인재를 모집하고 있다.

■SK텔레콤·BMW코리아, T5 공개

SK텔레콤 이형희 사업총괄(오른쪽)과 BMW코리아 김효준 사장이 지난 15일 영종도 BMW 드라이빙센터에서 'T5'를 소개한 뒤 악수를 하고 있다. SK텔레콤 제공

스마트카 실용화에 성큼 다가선 기업도 있다. SK텔레콤은 BMW코리아와 함께 지금보다 수십배 빠른 5세대(G) 통신망을 이용해 초대용량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주고 받으며 운행하는 커넥티드 카 'T5'를 지난 15일 공개하고, 세계 최초로 시운전에 들어갔다. T5는 자율주행뿐 아니라 V2X 기술과 영상인식 센서를 활용해 장애물을 알아서 피한다. 신호등·도로·CCTV 등 차량 주변 사물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주고 받는 기능도 갖췄다. 주변 차량과도 통신이 가능해 앞 차량이 급정거하면 모니터에 자동으로 경고 메시지가 뜬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