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 매각돼도 고용 문제로 걱정

"법원은 채권자가 제출한 서류만을 보고 법리적인 판단만을 내린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해운업계의 관행을 몰라줘 무척 아쉽습니다."

27일 한진샤먼호 승무원들이 문권상 한진해운 선기장협의회 대표와 얘기를 나누고 있다. 이수환 기자

27일 오전 가덕도 동쪽 부산신항 W2묘박지에 20일째 억류 중인 한진샤먼호의 승무원들과 한진해운 해상노련 노조원들의 한결같은 외침이다. 이날 한진해운 해상노련은 당국의 허가를 받아 이날 부산항 통선장에서 1시간30분 남짓 거친 파도를 뚫고 동료들을 만났다.

지난달 1일 한진해운 법정관리 개시 이후 정부는 채권자들이 한진해운의 재산을 압류하지 못하도록 하는 스테이오더(Stay Order·포괄적 압류금지명령)를 제3국에 요청했다. 비정상 운항 중인 한진해운 선박 일부를 국내 항만으로 복귀하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부산신항에 떠있는 한진샤먼호.

한진샤먼호는 지난 7일 부산신항으로 와 하역작업 중 창원지법으로부터 가압류를 당해 임의경매에 부쳐졌다. 한진해운 사태 이후 처음이다. 연료대금을 갚지 못했기 때문이다.

한진샤먼호는 '국적취득조건부 나용선(BBCHP)'이다. 이는 해운사가 선박을 구입할 때 선박금융 제공자와 해운사가 특수목적법인(SPC)을 설립해 이곳에 우선 적을 두고, 이후 해운사가 용선료를 다 갚으면 소유권을 갖고 오는 선박 거래의 독특한 할부거래 방식이다.등기부상 선박소유자는 파나마의 SPC이지만 용선료를 다 지불하면 한진해운 소유가 된다. 이후 한진해운은 이의신청을 냈지만 기각돼 지난 20일 항고장을 법원에 접수했다. 항고심은 최소 2, 3달은 걸려 해를 넘겨야 재판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석 달을 부산항에 떠있어야 하는 처지다.

한진해운은 창원지법의 결정으로 국내뿐 아니라 이미 스테이오더가 발효된 제3국에서 한진해운의 BBCHP 선박에 대한 추가 압류가 발생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또 다른 한진샤먼호가 나올 수 있다는 것이다.

6500TEU급 컨테이너선인 한진샤먼호에는 모두 14명의 승무원이 타고 있다. 그들은 하나같이 앞날에 대한 불안감을 호소했다. "경매가 집행된다면 바로 하선해야 됩니까, 배가 매각된다면 현대상선, 외국선사 중 어디가 유력한가요, 그럴 경우 고용 승계는 어떻게 되나요…." 그러면서 승무원들은 "왜 이 배가 한진해운 것이 아닌가요. 육지를 코앞에 두고 왜 이렇게 내리지를 못합니까." 그 순간 노조원도, 승무원들도 그저 눈시울을 적신 채 망망대해만 바라보고 있었다.

이수환 기자 leesoo@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