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단체 관광객 많은 부산 직격탄
- 아모레퍼시픽 등 관련주 급락

중국 정부가 한국행 관광객 20% 줄이기를 핵심으로 하는 관광상품 규제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해 부산지역 관광·유통업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

25일 지역 유통·여행업계와 부산관광공사 등에 따르면 중국 국가 여유국이 최근 주요 한국송출여행사를 소집하거나 유선으로 내년 4월까지 저가 방한상품 판매금지와 방한단체 송객인원 수 20% 축소를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조치에는 현지에서 쇼핑을 하루 1회로 제한하고 이를 어길 때에는 30만 위안(약 5000만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한국을 찾는 중국 단체관광객 대다수가 저가상품을 이용해 국내 관광업계에 타격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 통보가 아니고 구두 지시라 관광시장에는 아직 영향이 없지만, 향후 중점관리가 진행되면 한국행 중국 정기노선과 대도시 위주의 크루즈 단체 관광객이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부산은 개별 관광객보다는 크루즈와 같이 여행사를 통한 단체 관광객이 많아 이번 조치의 영향에서 비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부산시 지정 인바운드 업체에 광보여행사 손완 이사는 "크루즈 상품도 가격 차이가 5배씩 나는 등 저가 패키지가 많아 내년에는 부산으로 입항하는 크루즈가 줄어들 수 있다"며 "중국 사회의 특성상 정부 규제가 강하게 작용하면 지역 관광업계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크루즈 관광객이 전체 중국인 매출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면세점도 잔뜩 긴장하고 있다. 롯데면세점 정삼수 부산점장은 "2010년에도 3개월 동안 저가 패키지상품을 단속하면서 한국을 찾는 중국 관광객이 20%가량 빠졌었다"며 "이번 조치는 기간도 길고 구체적인 처벌 규정이 명시되는 등 강도가 높아 피해가 불가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제에 중국에만 의존하던 관광시장을 다변화하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부산관광공사 심정보 사장은 "그동안 저가 패키지상품이 문제가 돼왔던 만큼 이번 기회에 부산 관광의 질을 높이고, 일본과 동남아 등에도 부산 관광산업의 시장을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부산관광공사에 따르면 올해 부산 방문 중국 관광객은 지난 8월 말 기준 61만 6000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는 메르스 영향으로 55만2600명에 그쳤으며, 2014년에는 91만 명이 부산을 찾았다.

한편 국내 증시도 중국인 관광객 통제 소식으로 인해 관련주가 곤두박질쳤다. 아모레퍼시픽은 전날보다 2만6500원(7.12%) 빠진 34만5500원으로 장을 마쳤다. LG생활건강도 전날 대비 7만7000원(8.34%) 폭락한 84만6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여행사 주가도 하락세를 보였다. 하나투어는 전일 대비 5400원(8.04%) 빠진 6만1800원(종가 기준)에 거래됐으며, 모두투어 역시 전일 대비 1400원(5.07%) 하락한 2만6200원을 기록했다.

최승희 김미희 기자 shchoi@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