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저금리에 예금고객 크게 줄고
- 상품 다변화로 금융환경 급변

25일 '금융의 날'을 맞아 부산은행 금융역사관을 찾았다. 한쪽 벽면에는 1980년대 예금 금리 인상 안내 포스터가 붙어있다. '정기예금 금리 인상 16.2%. 정기예금·적금의 금리가 대폭 인상되었으니 서슴지 마시고 안전한 저희 부산은행에 맡겨주십시오'라는 문구가 인상적이다. 당시만 하더라도 저축이 미덕인 시대였다.

2016년 현재는 연 1%대의 저금리 시대이다. 은행 이자로만 목돈을 굴릴 수 없는 게 서민 경제의 현실이다. 은행 1년 만기 예금에 1억 원을 넣어도 이자소득세를 떼고 나면 받을 수 있는 이자는 연간 100만 원에 불과하다. 은행에 1억 원을 넣어놔도 한 달 이자수익은 20만 원도 채 되지 않는다.

이런 시대 변화를 반영하듯 10월 마지막 주 화요일인 '저축의 날'이 올해부터는 '금융의 날'로 이름이 바뀌었다. 1964년 지정된 후 52년 만이다. 예금뿐 아니라 다양한 금융상품이 등장한 금융환경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금융권에서는 그동안 저축의 날을 기념해 특판 예금상품을 쏟아냈지만, 올해는 KEB하나은행이 유일하다. KEB하나은행은 최대 연 1.7% 금리의 정기예금을 1조 원 한도에서 판매할 예정이다.

특판예금이 종적을 감춘 이유는 뭘까. 은행 입장에서는 굳이 높은 금리를 주면서 예·적금 고객을 끌어들일 필요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1%대로 주저앉으면서 갈 곳 없는 자금들이 은행으로 몰리는 상황이다.

예금보험공사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시중은행의 요구불예금 잔액은 189조5000억 원으로 3개월 사이 11조5000억 원(6.5%) 증가했다. 같은 기간 저축성 예금이 1.5% 늘어난 것과 비교하면 증가 폭이 훨씬 크다. 저금리에 별다른 투자처를 찾지 못해 기다리는 대기성 자금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 저금리 기조 속에 예대마진(대출이자와 예금이자 차이)이 줄어 올해 1분기 은행권 예대마진은 1.95%로 감소세가 지속됐다.

은행업계 한 관계자는 "로보어드바이저, 핀테크 등 금융환경 변화로 은행권에선 사실상 특판예금 시대가 끝났다"고 말했다.

김미희 기자 mah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