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파트 청약경쟁률 기록적 수치
- "비현실적 대책 투기심리 더 자극"

정부가 집값 안정화를 위해 마련한 가계부채 관리방안(일명 8·25 대책)이 나온 지 두 달이 지났지만 부산지역에서는 전혀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지역에 맞지 않는 부동산 대책이 오히려 투기 심리를 자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일고 있다.

지난 21일 1순위 청약을 마감한 아시아드 코오롱하늘채는 평균 청약 경쟁률 296 대 1, 최고 경쟁률 315 대 1(84㎡A)을 기록하면서 청약 대박을 이어갔다. 신청자 수로 보면 13만2407명이 몰리면서 명륜자이, 대연자이에 이어 역대 세 번째다. 특히 이 아파트 분양가가 3.3㎡당 1320만 원 선으로, 비해운대권에서 최고가를 기록한 것을 감안하면 청약 열기가 어느 정도인지 가늠할 수 있다.

앞서 9월에는 명륜자이가 청약경쟁률 523 대 1로 올해 전국 분양 아파트 중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으며, '시청 스마트W' 역시 329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부산의 집값 상승세는 더 가팔라졌다.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지난달 부산지역 주택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35% 올랐다. 같은 기간 전국 주택매매가격 상승률이 0.08%인 것과 비교하면 부산이 상승세를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주별로 보면 8월 25일 이전 주간 상승률이 0.11~0.12%였으나 그 이후부터 지난주까지 0.2~0.3%대를 기록하면서 급상승세를 보였다.

8·25대책 핵심인 집단대출 규제도 힘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이 방안은 주택금융공사와 주택도시보증공사의 1인당 보증건수 한도를 4건에서 2건으로 줄이고 은행이 빌려주는 중도금 대출의 보증 역시 100%에서 90%로 낮추는 것이 골자다. 이에 따라 일부 지역에서는 중도금 집단대출을 해주겠다는 은행이 없어 대출이 중단되는 사태도 벌어지고 있으나 부산에서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

분양을 진행 중인 아시아드 코오롱하늘채 관계자는 "제1금융권의 한 은행과 처음부터 중도금 대출을 함께 논의해왔고, 1순위 청약률도 높았기 때문에 무난하게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부산은행 관계자는 "사업성 심사를 꼼꼼하게 거쳐 대출을 하지만 부산은 건설경기도 좋은 편이고 분양도 잘 돼 크게 문제가 없다"고 밝혔다.

이처럼 8·25 대책이 힘을 잃은 데는 투자자들의 학습효과가 부정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정두천 고고넷 대표는 "집단 대출을 강화하게 되면 1금융권에서 2금융권으로 넘어가게 되고 금리도 오를 수 있어 소비자 입장에선 부담이 클 수도 있지만 이에 대한 반응이 전혀 없는 상황"이라며 "오히려 '이러다 말겠지'라며 더 활개를 치고 있다"고 말했다. 서정렬 영산대(부동산학과) 교수도 "대책에 대한 효과가 부산에서는 없었고, 부정적인 영향만 미쳤다. 집값 오르기 전에 투자해야 한다는 심리가 커져 오히려 투기 수요를 부추긴 꼴"이라며 "청약기준 강화 등 지역 현실에 맞는 정밀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하송이 기자 songya@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