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모펀드 빠지면서 인수전 시들
- 현대중, 중단설 일축 "시기조절"

유동성 확보를 위한 현대중공업그룹의 '하이투자증권 매각' 작업이 3개월 넘게 속도를 내지 못하면서 자산 줄이기를 통해 고삐를 죄려던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 계획이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매각 작업을 계속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업계 일각에선 매각 희망가보다 1000억 원 이상 낮은 매물 가치 등을 근거로 '불발' 가능성까지 거론하고 있다.

2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이투자증권 매각과 관련해 지난 7월 주관사(EY한영회계법인)를 선정한 현대중공업그룹은 3개월이 넘는 동안 뚜렷한 성과물을 얻지 못한 데 이어 최근에는 "현재 논의되는 인수 가격은 우리가 희망하는 가격에 미치지 못한다"는 입장을 해당 회계법인에 전달했다. 이는 지난달 11일 EY한영회계법인에 인수의향서(LOI)를 제출한 LIG투자증권이 인수가를 5000억 원 이하 수준으로 제시한 데 따른 것이다. 앞서 현대중공업그룹은 지난 6월 계열사인 현대중공업의 구조조정을 위해 하이투자증권 매각 계획을 공식 발표했고, 이를 통해 최소 6000억 원에서 최대 7000억 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양측의 가격 차가 1000억 원 이상 나는 셈이다.

주관사 선정 이후 금융위원회의 '초대형 투자은행 육성방안' 발표(본지 지난 8월 5일 자 10면 보도)와 맞물려 '하이투자증권의 몸값이 치솟을 것'이라는 전망이 빗나간 것은 인수전에 뛰어들 거라 예상된 일부 사모펀드가 매수 계획을 접으면서 가격경쟁 역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기 때문이다. 현재 하이투자증권을 인수하겠다고 나선 기관은 LIG투자증권이 유일하다.

국내 한 증권사 관계자는 "유동성 확보에 필요한 적정가를 받지 못 한다면 매각은 의미가 없는 것 아니겠느냐"고 불발 가능성을 제기했다. 나아가 사업별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국내 주요 증권사들의 인수·합병(M&A) 추세와 달리, 하이투자증권은 '현대중공업 구조조정'이라는 목적 이외에 별다른 매력이 없다는 평가를 받는 것도 매각 작업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다만 현대중공업그룹은 매각을 중단하지 않는 대신 시기를 조절하겠다는 입장이다. 현대중공업의 재무구조가 개선되고 있는 만큼 희망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성급하게 팔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상반기 8824억 원의 영업이익을 올려 조선 '빅3'(대우조선해양·삼성중공업) 중 유일하게 흑자를 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