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국 항만공사들 안이한 대응
- 국적선사 없인 물량 유치 못해
- 금융위에 적극 회생 요구를"

- 법정관리 후 미주·구주 노선
- 70%를 외국 선사가 대체
- 中·日은 부산항 견제작전까지
- 한국 해운업 대응책 요구

7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린 전국 항만공사 국정감사에서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 소속 의원들은 한진해운 사태가 가져올 항만 및 해운 물류산업의 위기와 지역 경제에 미칠 악영향을 해양수산부 등에 적극적으로 전달해 법정관리 같은 최악의 사태를 막으려는 노력을 사전에 얼마나 했는지에 대해서도 따져물었다.

7일 부산항국제여객터미널에서 열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우예종(왼쪽) 부산항만공사 사장이 직원에게 질문하며 답변 준비를 하고 있다.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항만공사는 제 목소리 내라"

새누리당 김태흠 의원은 "한진해운이 사라지면 부산항을 세계 2대 환적항으로 육성한다는 정부의 계획이 물거품이 되고, 수많은 협력업체가 도산 위기로 내몰린다"며 "부산항만공사를 포함한 전국의 항만공사가 너무 안이하게 대응하고 있다"고 질타했다.

뒤이어 "국적선사가 없어지면 환적화물이 제대로 유치되겠나. 항만공사들이 해수부에 적극 건의하고, 더욱 적극적으로 나서서 금융위 등에 한진해운을 살려야 한다고 강하게 요구하라"고 주문했다.

그는 또 "조선업은 사양산업이지만 해운업은 미래산업"이라며 "(한진해운을) 사기업이라고 해서 내팽개치고 금융논리로 법적 잣대만 들이대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당 정인화 의원은 "해운 관계자들은 한진해운 법정관리 신청일인 8월 31일을 '해운 국치일'이라고 부른다. 한진 사태로 가장 뼈아픈 부분 중 하나는 동북아 허브 항만인 부산항의 위상 하락"이라고 지적했다.

■부산항 신음…외국 항만 미소

7일 부산 동구 부산역광장에서 열린 '조선·한진해운 정상화를 위한 부산 노동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에서 전국해상산업노동조합 조합원 등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로 빚어진 부산항 등 국내 항만과 국내 해운업의 위기 뒤에서 외국 선사와 항만만 그 과실을 따먹고 있다는 의원들의 질타도 쏟아졌다.

더불어민주당 위성곤 의원은 "한진해운 사태 이후 미주 및 구주 노선에 새로 투입되거나 대체된 선박의 약 70%가 외국 선사"라며 "국익을 고려하지 않은 정부의 판단과 미흡한 대처로 물류 주권이 해외로 넘어가고 운임이 상승하고 있는 데 대한 근본적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촉구했다.

국민의당 김종회 의원도 "중국은 상하이 칭다오 닝보 등에 시설을 확충하는 한편 부산항 환적 때 하역료를 할증 부과하고, 일본도 부산항 환적물량을 50% 감축할 계획을 추진하는 등 부산항을 견제하고 있다"며 "이런 시점에 한진해운의 해운동맹 퇴출로 제2의 고베 항으로 전락할 형편에 놓였다"고 우려했다.

새누리당 이군현 의원은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동맹선사들의 네트워크가 약화해 부산항의 물동량이 감소하면 국가 경제에 큰 악영향을 끼친다"며 "항만공사가 시행하는 항만시설 사용료 감면과 인센티브 확대 등은 임시 방편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한진해운 사태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이날 국정감사장에서는 부산 출신 상임위원장인 더민주 김영춘 의원이 부산 편에 선 회의 진행을 해 눈에 띄었다. 김 위원장은 회의 진행자로서 공식 질의 순서에서는 빠져 있었지만, 소속 위원들의 질의 시간 중간중간 여러 공직자를 단상으로 불러 한진해운 사태가 부산항과 부산지역 경제에 미치는 악영향을 호소할 기회를 제공했다.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