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쇄형·중소형주 펀드 등
- 고위험 상품 공격적 유치
- 투자자 대규모 피해 우려

지난해 금융투자시장에서 가치투자의 전도사로 나선 존 리 대표(CEO)의 활약에 힘입어 시중 자금을 블랙홀처럼 빨아들인 메리츠자산운용의 펀드 성과가 올들어 죽을 쑤면서 CEO의 대중적 인기를 앞세운 투자유치 마케팅을 주의해야 한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메리츠자산운용은 지난해부터 투자위험도가 높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한 데다 국내 자산운용사 중 가장 낮은 수준의 수익률을 보이지만 하반기에도 투자 위험도가 '최고' 등급에 속하는 상품을 내놓아 투자자 보호를 외면하고 있다.

26일 본지 취재팀이 금융감독원 공시 자료를 토대로 메리츠운용을 포함한 국내 주요 자산운용사들의 '투자 설명서'를 분석한 결과, 메리츠운용이 지난 7월 1일(공시일 기준)부터 이날까지 내놓은 주식형 펀드 18개 중 투자 위험도 1등급(매우 높음)으로 분류되는 상품은 무려 17개(94.4%)나 됐다. 나머지 1개도 2등급(높음)에 속했다. 금융당국은 펀드의 구조와 운용 방식 등에 따라 투자 위험도를 1등급에서 6등급(매우 낮음)으로 나눈다.

반면 업계 1위인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같은 기간 메리츠운용의 절반 수준인 11개의 펀드를 출시했고, 투자 위험도 1등급 상품은 3개(27.3%)에 불과했다. 메리츠운용이 펀드를 많이 출시했을뿐 아니라 투자자의 대규모 피해 가능성이 높은 상품들로만 운용해온 것이다.

이는 시중의 자금을 대규모로 끌어모으고 있는 존 리 대표의 공격적인 투자유치 전략 때문이다. 올해 존 리 대표는 무려 10년간 환매하지 못하는 '폐쇄형 구조'의 베트남 펀드를 내놓는가 하면, 중소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가 짜인 펀드 등을 제시하며 고객 유치에 열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메리츠운용이 올해 기록한 낮은 수익률 등을 고려할 때 이들 '1등급' 상품에 돈을 넣은 투자자들의 피해가 확산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이다. 펀드 정보업체 '제로인'에 따르면 메리츠운용이 올해 출시한 국내 주식형펀드의 연초 이후 수익률(지난 21일 기준)은 마이너스(-)16.46%로 국내 자산운용사들 중 가장 낮았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투자자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금감원 본원과 부산지원 등에서는 수익률 하락에 대한 메리츠운용 측의 안내 미흡과 이에 따른 피해를 호소하는 민원 접수 사례가 늘고 있다. 주식투자 관련 인터넷 커뮤니티에서도 "소통에 관심이 없는 운용사다" "조만간 펀드를 해지할 예정이다" 등의 비판 글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