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탁결제원·자산관리공사·기보 등
- 새 경영진 후보 졸속 심사 우려

한국거래소(KRX) 이사후보추천위원회(이하 후추위)가 낙하산 인사로 분류되는 정찬우(54) 전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을 불과 나흘간의 '번갯불 심사'만 진행한 뒤 신임 이사장으로 내정하면서, 철저하게 베일에 가려진 후추위 자체에 대한 실효성 논란은 물론 한국예탁결제원 등 자사 수장의 임기 만료를 앞둔 다른 금융 공기업과 관련해서도 '졸속 심사' 우려가 커지고 있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안으로 임기가 끝나는 부산의 금융 공기업 수장은 KRX 최경수 이사장(9월 30일) 이외에도 예탁결제원 유재훈 사장(11월 27일)과 한국자산관리공사 홍영만 사장(11월 17일) 등이 있다. 기술보증기금 김한철 이사장은 내년(1월 13일)에 임기가 끝나지만 올해 말이면 후임자 물색 작업이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예탁결제원은 지난 22일 이사회를 열어 임원추천위원회(임추위)를 구성하고 관련 작업에 들어갔다.

임추위는 향후 공모를 통해 모집한 후보 중 사장 후보를 추천한 뒤 주주총회 선임과 금융위원장 승인 등을 거쳐 유 사장의 후임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다른 기관들도 유사한 절차를 밟게 된다.

부산 금융권을 포함한 금융투자업계가 이들 기관의 후보 추천 및 심사 작업에 우려를 표하는 것은 최근 졸속으로 이뤄진 'KRX의 정 전 부위원장 내정' 때문이다. 과거 KRX 후추위는 이사장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구성돼 관련 작업을 진행했으나, 이번에는 최 이사장의 임기 만료가 한 달도 남지 않았던 지난 2일 꾸려져 5일부터 공모를 시작했다. 그 이후 13일부터 21일까지 후보자 서류심사를 진행했다. 이 기간(13~21일) 추석 연휴를 제외할 경우 영업일 기준으로 후보 검증에 걸린 기간은 고작 나흘에 불과했던 셈이다.

후추위는 22일 오전에만 속전속결로 후보자 면접을 진행한 뒤 정 전 부위원장을 단독 후보로 추천했다.

금융 공기업 후보추천 기구의 구성원과 진행 상황 등이 비공개로 이뤄져 다수의 의견이 반영되지 않거나 각계의 '감시'를 피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실제로 거래소는 부산에 본사를 둔 대표 금융기관인데도, KRX 후추위에는 지역 금융권 및 경제계 인사를 단 한 명도 포함시키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권 일각과 KRX 노조에서 "후추위가 정 전 부위원장을 이미 정해놓고 요식행위를 진행한 것"이라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