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한진해운 벌크선 선원들 "하루하루 피 말라"

컨테이너선과 달리 관심 외면, 선원들 입항 못해 해상 떠돌아

  • 국제신문
  •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  |  입력 : 2016-09-22 18:49:01
  •  |  본지 18면
  • 트위터
  • 페이스북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 해적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
- 오늘 촛불집회서 영상편지 공개

"동남아 한 국가의 해안경비대가 우리 배와 주위 한진해운 선박 5척의 이동을 명령했어. 항계 밖이지만 자신들 영해 안에 장기 묘박하려면 회사나 대리점을 통해 미리 승인 받아야 하는데…. 그래서 좀 멀리 나왔는데 이번에는 이 나라 해군에서 연락이 왔어. 해적의 위험에 노출돼 있으니, 비상상황이 발생하면 도움을 받으라는 고마운 연락이었어. 과연 우리 배를 해적이 노릴지…."
   
한진해운 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원회가 23일 오후 6시 부산역 광장에서 한진해운 회생을 위한 부산시민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사진은 지난 12일 한진해운 노조가 서울역에서 시민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는 모습.
법정관리 개시 이후 동남아시아 해역에서 갈 곳을 잃고 떠돌고 있는 한진해운 소속 한 벌크선의 선원이 휴대전화 메신저를 통해 최근 부산의 가족에게 보낸 근황 일부다. 22일 본지가 가족으로부터 단독 입수한 이 메시지에는 지난달 31일 한진해운이 법정관리를 신청한 직후부터 시작된 20여 일 간의 심경이 절절히 담겨있다. 한때 대한민국 1위, 세계 7위 선사의 일원이었다가 이제는 정식 입항은 고사하고 잠시 정박할 곳도 찾지 못한 채 동남아 국가 당국으로부터 영해 밖으로 쫓겨나야 하는 서러움과 해적의 위협에 노출된 불안감, 그 속에서도 끝까지 버리지 못하는 희망 등이 혼재돼 있었다.

실제로 한진해운 사태가 발생한 지 3주가 지나도록 세간의 관심이 물류대란과 컨테이너선에 집중되는 사이 석탄, 곡물, 원재료 등을 실어나르는 벌크선은 시선에서 제외돼 있었다. 하지만 벌크선 선원들은 짐을 싣지도 못하고, 압류를 우려해 인근 국가 항만에 들어가지도 못한 채 부랑자 신세로 전락해, 아프리카 소말리아 해안 못지않은 해적 소굴로 알려진 동남아 해역 등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한진해운 보유 선박 141척 가운데 컨테이너선은 97척, 벌크선은 44척이다.

이 선원의 메시지를 종합하면 이 벌크선은 사태 초기 화물을 싣지도 못한 채 인도차이나 반도의 한 항만 외항에 정박하던 중 쫓겨났고, 본사의 구체적인 지시도 없는 터여서 선장과 항해사가 의논해 여기저기를 전전하고 있다. 돈도 없고 식수와 식료품, 연료 등이 바닥나기 직전이어서 하루하루가 힘겹지만, 두 나라 해역 중간쯤에 닻을 내리고 대기하다 보니 해적의 위협에 고스란히 노출돼 있다는 점이 더욱 불안감을 증폭시킨다.
이 선원은 "우리끼리는 한진해운 선박은 선용금도, 화물도 거의 없어서 털어갈 게 없고, 혹시 선원들을 인질로 잡더라도 회사에서 석방금을 물어줄 상황도 아니니 해적들도 별로 관심 없을 거라는, 웃지 못할 농담을 하곤 했다"고 전했다. 또 "컨테이너선박은 선체 외판에 크게 'HANJIN'이라고 적혀있지만, 벌크선은 그런 표식이 없으니, 갑판부가 외판에 HANJIN을 적어서 해적을 방지해야 하지 않냐고 우스갯소리를 했다"고 덧붙였다. 해적에 대한 불안감과 찌그러진 회사 위상에 대한 씁쓸함이 중첩된다.

가족들은 "회사 회생 여부와는 별개로, 모든 한진해운 선원들에게 국가가 국민 보호 차원에서 선제적으로 나서야 한다"며 도움을 호소하고 있다.

한편 한진해운 살리기 부산시민비상대책위는 한진해운 노동조합과 함께 23일 오후 6시 부산역 광장에서 시민 촛불집회를 개최한다. 이날 촛불집회에서는 억류 또는 입항 거부 상태에 있는 한진해운 선박에 승선 중인 선원들의 실상과 가족 회사 정부에 전하는 영상 메시지가 공개될 예정이다. 또한 억류 선원 가족들의 절절한 대국민 호소문도 낭독될 예정이다.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

[국제신문 공식 페이스북] [국제신문 인스타그램]
  • 기사주소복사
  • 스크랩
  • 인쇄

건강한 부산을 위한 시민행동 프로젝트
많이 본 뉴스 RSS
  • 종합

  • 정치

  • 경제

  • 사회

  • 스포츠

차곡차곡 파생금융상품 상식
시장조성자, 선진국형 시장을 만들다
부산 경제 미래 이끈다
부산세광식품 김용태 전무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