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상 운송 분야에서 단순 노사분규만 일어나도 물동량이 멈춰 전국 산업체가 엄청난 타격을 입는데, 전 세계 90개국의 바닷길을 잇는 한진해운의 몰락은 그보다 100배 1000배 심각한 전 지구적 손실을 입힌다. 대한민국이 수십 년간 이뤄놓은 국가적 신뢰도가 한꺼번에 추락하는 것은 기정사실이고 이를 회복하기란 좀처럼 쉽지 않을 것이다."

한진해운 법정관리 돌입 이후 해운 물류업계에 초비상이 걸린 가운데 부산지역의 대표적인 물류 CEO(전문경영인)인 양재생(사진) 은산해운항공 회장은 피를 토하는 심정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지난 30여 년간 해운과 항공, 육상을 잇는 복합물류 업계를 운영해 오면서 부산 물류업계의 산증인이기도 한 양 회장은 "한진해운이 멈춤으로 인해 세계의 물류가 멈췄다. 전시상태에 준하는 국가비상상황으로 인식하고 정부가 필요한 모든 지원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수십 년 유지해온 한진해운과의 신뢰와 그 회사의 역량을 믿고 물건을 실은 무역업체, 제조업체 등도 죄없이 날벼락을 맞게 됐고 대부분 영세한 한진해운 관련 납품업체들도 도산 위기에 몰렸다"고 긴박한 업계 상황을 전했다.

이와 함께 양 회장은 해운산업뿐 아니라 모든 산업 분야에서 세계 시장으로부터 한국 기업들이 불신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수출을 하는 제조업체는 납기를 못 지킴으로써 바이어들에게 신뢰를 잃고 '클레임'을 받을 것이고, 세계 유수의 화주들은 외국 파트너는 아랑곳하지 않고 한진해운을 처리하는 한국의 일방적 일 처리 방식을 보면서 한국 선사를 외면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양 회장은 이를 뒷받침하는근거로서 국적 선사인 한진해운이 처리하는 화물은 한국을 오가는 물건 보다 외국 화주 간 거래가 훨씬 많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예를 들어 인도에서 유럽으로 가거나, 미국에서 싱가포르에서 가는 물건 등이 한진해운 선박에 실렸다가 오도가도 못하는 신세가 됐을 때 해당 화물의 원 주인인 글로벌 기업들이 한국 브랜드를 더 이상 신뢰할 수 있겠는가"라며 "정부가 손놓고 있지 말고 외교적 비상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