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선박·네트워크 등 우량자산
- 흡수해 해운 경쟁력 유지

- 부산항 환적 손실 年1100억
- 일자리 감소 등 18조 타격
- 협력업체 받을 돈 90% 떼여

정부가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현대상선이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고강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현대상선이 선박·영업·네트워크 등 비교 우위에 있는 한진해운의 강점만 흡수토록 해 이번 사태에 따른 후폭풍을 최소화하겠다는 의도로 분석된다. 업계에서는 '사실상의 합병' '부분적 합병'으로 보고 있다.

	한진선박 해외서 가압류- 31일(현지시간) 용선료 체불로 싱가포르 법원이 가압류한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한진로마호가 싱가포르항에 정박해 있다.연합뉴스

금융위원회 정은보 부위원장은 31일 정부 서울청사에서 금융감독원과 한국거래소 등 유관기관들과 함께 한진해운 관련 금융시장 점검회의를 열고 이 같은 방침을 확정했다. 정 부위원장은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해운·항만 분야의 피해가 예상되는 만큼 업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며 "구체적으로 한진해운이 보유한 선박 중 영업이익 창출에 실질적으로 기여하는 선박과 해외영업 네트워크, 핵심인력 등이 인수 대상"이라고 밝혔다.

지난 5월 채권단과 '조건부 자율협약'을 맺은 한진해운은 3개월간 진행된 구조조정 과정에서 ▷평택컨테이너 터미널 지분 59% ▷부산신항만 지분 50% ▷아시아 8개 항로 영업권 ▷베트남 탄깡까이멥 터미널 지분 21% 등 핵심자산 대부분을 한진그룹 계열사에 넘겼다. 그러나 금융당국은 각종 항만 및 항로 운영권, 일부 선박, 영업 네트워크 등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이 여전히 남아 있다고 판단, 현대상선이 이를 인수토록 해 국내 해운업의 경쟁력을 유지하기로 했다. 이 중 가장 중요하다고 평가 받는 것은 세계 7위 해운사인 한진해운이 해외 화주들과 맺고 있는 영업망과 네트워크다. 해운업계는 수익성이 높은 원양노선 1개를 구축하는 데만 1조5000억 원 가량이 들어가는 것으로 추산한다. 한진해운은 70여 개의 상선을 보유하고 있다. 해외 현지법인은 23곳, 영업지점은 100곳이다.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으로 부산항은 큰 타격을 입게 됐다. 국책연구기관인 한국해양수산개발원은 부산항을 이탈할 환적화물의 규모를 최대 160만 개(20파트 기준)로 추정했다. 환적화물이 부산항에서 발생시키는 부가가치는 하역료와 각종 연관 서비스를 합쳐 개당 7만 원 가량이다. 최대 160만 개가 이탈한다면 연간 1100억 원이 넘는 부가가치가 사라진다. 업계는 최악의 경우 부산항에서만 18조 원 이상의 피해와 일자리 수천 개가 사라질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또 협력업체에 대한 한진해운의 매입채무는 637억 원으로 이 중 90% 이상을 떼일 것으로 전망됐다. 한진해운은 이날 서울중앙지법에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 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 한진해운 법정관리 손해 얼마나 될까

연간 손실…18조 원

일자리 감소…2300개

채권회수 불가…3조 원대

컨테이너 물류정지…120만 개

화물 클레임…140억 달러

화주 유실…1만6000개

※자료:한국선주협회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