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신주식(41) 씨는 최근 국내 증시가 상승세를 이어가면서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투자하는 신용매매를 했다. 종잣돈이 500만 원인 신 씨는 하반기 증시가 더 상승할 것이라는 증권사 리포트를 바탕으로 '지금이 기회'라고 판단했다. 신 씨는 "저금리 기조에 500만 원으로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고 하반기 증시 전망이 좋아 종잣돈을 조금만 키워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빚을 내서 주식을 사는 개인 투자자의 일명 '빚 투자' 규모가 8조 원에 육박했다. 26일 금융투자협회 등의 자료를 보면 지난 24일 기준 유가증권시장(코스피)과 코스닥시장의 신용거래융자 잔액 합계는 7조7855억 원이다. 이는 제약·화장품 주를 중심으로 코스닥시장이 상승 랠리를 펼쳤던 지난해 수준을 넘어선 것으로 연중 최고치다. 신용융자 잔액은 주가 상승을 기대하고 증권사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수한 금액이다.

올해 들어 우상향 곡선을 그리던 신용융자 잔액은 지난 6월 중순부터 감소세로 돌아서 같은 달 29일 6조7347억 원으로 저점을 찍었다. 이후 코스닥시장을 중심으로 신용융자 잔액이 급증했다. 코스피 신용융자 잔액은 3조2000억~3조3000억 원대를 유지하고 있지만, 코스닥시장은 지난달 초 3조7000억 원대에서 4조4000억 원대로 늘어났다. 지난 18일에는 코스닥 신용융자 잔액이 4조4149억 원으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일각에서는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굳어지면서 발생한 구조적인 변화라고 분석한다. 신용융자 잔액 증가가 투기성 성격보다는 가계 자산 배분 과정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개인 투자자들이 상대적으로 미래 기술이나 테마 이슈가 많은 코스닥시장과 중·소형주에 관심을 기울이는 것도 신용융자 잔액 증가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신용거래 비중이 큰 종목은 변동성이 크고, 지수가 하락할 때 매물 부담으로 주가 하락 폭이 확대될 수 있으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이투자증권 정범식 영업부 차장은 "신용융자 잔액 비율이 높은데 펀더맨털이 안 좋고 특정 테마로 상승한 종목은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