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업계 "불황에 접안할 곳도 없어
- 천덕꾸러기 취급…실력행사"

수십 년간 부산항의 항로 안전 확보 및 발전을 위해 풀어야 할 과제로 꼽혀온 영도구 봉래동 물양장 부선(일명 바지선) 계류장의 이전 계획이 끝내 무산된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가뜩이나 일감 부족으로 계류장 정박 필요성이 커지고 있는 예·부선 업계의 불만이 고조되면서 부산항에 일촉즉발의 긴장감이 일고 있다.

조선업 불황 등에 따라 예·부선 업계가 전에 없는 일감 부족에 시달리고 있는 가운데 21일 영도구 봉래동 계류장을 빼곡히 채운 부선(일명 바지선)들로 인해 좁아진 부산항 제4항로를 소형 선박이 통과하고 있다. 이승렬 기자

21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애초 9월 중 고시예정인 제3차 전국항만기본계획 수정안에 포함될 것으로 기대됐던 봉래동 물양장 부선 계류장의 동삼동 물양장 확장 이전 사업안이 제외된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정박 장소가 부족해 1980년대부터 북항과 남항 연결 항로까지 침범해 선박 안전 위협요소로 지목돼온 봉래동 물양장 부선들의 계류장 이전 문제 해결은 2021년 이후로 미뤄지게 됐다.

해수부 관계자는 "부산시 영도구 부산해양수산청 부산항만공사 등 관계 기관 협의를 거친 결과 동삼동 계류장 이전 시 북항 주항로 침범으로 인한 선박 안전이 우려된다는 지적이 많아 수정안 고시에서 빠졌다"고 밝혔다. 전국항만기본계획은 항만법에 따라 해양수산부 장관이 10년 마다 수립·고시해야 하는 항만 관련 최상위 국가계획이다. 3차 계획의 해당 기간은 2011년부터 2020까지이며, 후반 5년의 항만개발 계획을 수정안 형태로 고시한다.

부산해수청은 올해 초 현재 30척 수용 규모인 동삼동 물양장의 시설을 165척 수용 규모로 확충해 북항 곳곳에 흩어져 있는 부선들을 모으기로 하고 수정 제3차 전국항만기본계획 포함을 추진했다. 1200억 원을 투입해 기존 시설 옆에 1㎞의 방파제를 쌓고 안벽을 정비하는 방안으로, 이번 고시에 포함되면 타당성조사와 실시설계 등을 거쳐 2018년 착공해 2020년에 완공할 계획이었다.

해상 및 해안 공사 물량의 급감과 조선업 불황에 따라 올해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데다 계류장조차 찾기 힘들어 이중고에 시달리는 예·부선업계는 충격에 빠졌다.

부산예·부선선주협회 이주상 회장은 "통상은 일감이 적은 겨울철에 봉래동이 붐비지만, 최악의 불황인 올해는 여름철에 이미 포화상태를 넘었다. 그나마 부산항만공사에서 지난해 말 정박을 허락해줬던 감천항 임시 계류장마저 연장 불허 방침에 따라 6월 이후 부선들이 쫓겨나 떠돌고 있다"며 "그런데 실낱같은 희망마저 사라지게 돼 이제는 실력행사에 나서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며 호소했다. 예·부선 선주들은 "만약 부선이 없었다면 부산 신항, 광안대교, 부산항대교, 북항 재개발지 매립 등 바다와 관련된 모든 공사가 불가능했을 것이다. 그런데 이제 와서는 배 댈 곳도 제대로 마련해주지 않고 미관만 해치는 천덕꾸러기 취급을 한다"며 격앙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산에 선적을 둔 부선은 430여 척, 미등록 선박까지 합치면 1000여 척에 이른다. 자체 동력이 없는 부선들은 외항에 정박할 수 없어 공사 물량이 없을 때 예선에 이끌려 쉴 곳을 찾아 부산항으로 들어온다. 80척 수용 규모인 봉래동 물양장에 150여 척이 정박하기도 하는데, 항로 침범뿐 아니라 영도대교를 찾는 외지 관광객들에게는 부산항 미관을 헤치는 주범 취급을 받기도 한다.

이승렬 기자 bung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