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79개 모델 인증 취소 정부 방침
- 과징금 피하려 서둘러 판매 중단
- 신뢰회복 대책 내용 관심 집중

배출가스 시험 성적서 조작·은폐 등으로 인한 폭스바겐그룹의 신뢰가 붕괴되면서 국내시장에서 퇴출 위기를 맞았다. 특히 미국 소비자 피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나서 합의안을 제출한 폭스바겐그룹이 한국시장에 대해서는 '호갱' 취급을 하면서 위기를 악화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폭스바겐그룹은 미국 소비자 피해 배상에 147억달러(16조7000억원) 규모의 합의안을 제출, 26일(현지시간) 미국법원의 잠정승인을 받으면서 한국시장 차별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합의안에 따르면 배출가스가 조작된 2000㏄급 디젤 차량 보유자 47만5000 명은 차량 평가액에 따라 1인당 5000 달러(570만 원)에서 1만 달러(1140만 원)를 받을 수 있다. 합의에는 소비자 배상액 외에 환경에 미친 악영향에 대해 EPA에 배상할 27억 달러(3조1000억 원)와 배출가스 저감 차량 개발을 위한 연구비용 20억 달러(2조3000억 원)도 포함됐다. 이같은 손해배상과는 별도로 미국 정부에 거액의 벌금을 내야 한다.

한국시장을 철저하게 무시해온 것과는 완전히 상반된 합의안이다. 폭스바겐그룹은 한국 소비자에게는 거짓말과 무책임한 자세로 일관, 아직도 이렇다할 배상안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지난 25일 열린 '폴크스바겐 차량 인증 취소 청문회'에서 논란이 된 차량의 배출가스는 문제가 없고, 서류조작은 실수라고 주장했다.

국내에서 아우디·폭스바겐 차량의 중고차 가격은 최근 12% 이상 폭락했다. 판매회사는 물론이고 차량 소유자들의 피해규모는 눈덩이처럼 커지고 있다.

이와관련, 폭스바겐 배기가스 조작 관련 차량 소유자 4500여 명은 법무법인 바른과 집단소송을 준비 중이다. 이들은 리콜 대신 환불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지난 12일 아우디·폭스바겐 79개 모델에 대해 인증 취소 방침을 통보했다. 폭스바겐 골프·제타·티구안, 아우디 A3·A4·A6·Q5, 벤틀리 등 사실상 대부분의 차종이다. 내달 2일 인증 취소 여부가 확정된다. 인증취소가 최종 확정되면 이들 차종의 신차판매가 곧바로 정지, 아우디·폭스바겐은 전체 판매차종의 약 70%를 국내에서 팔 수 없게 되면서 사실상 퇴출된다.

28일부터 시행된 개정 대기환경보전법은 인증 기준을 어기고 인증받은 업체에 차종당 최대 100억 원의 과징금을 물릴 수 있도록 규정했다. 이에 따라 인증취소가 확정되면 차종당 최대 100억 원의 과징금 부과가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에 문제가 된 32개 차종에 적용하면 최대 3200억 원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상한선이 업체 매출액의 3%인 만큼 약 1000억 원이 상한선이 될 전망이다.

그러나 폭스바겐코리아는 지난 25일부터 79개 모델의 판매를 중단했다. 개정법 적용 시점인 28일 이전에 판매를 중단하면, 과징금은 옛 기준에 따라 약 320억 원으로 대폭 줄어든다는 점을 노린 것이란 분석이다.

검찰이 27일 박동훈(64) 전 아우디폭스바겐코리아(AVK) 사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신청하고, 이르면 다음주 요하네스 타머(61) AVK 총괄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소환 조사할 방침인 가운데 "한국 시장에서 철수는 없다"는 공식방침을 내놓은 폭스바겐그룹이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선 어떤 대책을 내놓을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경국 기자 thrkk@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