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공작기계 이어 케이에스피
- 실적 부진에 잇따라 법정관리행
- 토지 등 자산 매각 추진 기업도

조선업 구조조정으로 동남권 기계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우려가 현실로 바뀌고 있다. 유동성 위기를 겪다 지난 5일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국공작기계(본지 지난 11일 자 1면 보도)에 이어 이 회사의 계열사인 '케이에스피'마저 같은 절차를 밟게 됐다. 대형 조선사에 엔진부품 등을 제조·납품하는 부산 경남 울산지역의 일부 업체들도 실적 부진에 따른 자산 매각 등을 추진하고 있어 업계의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한국거래소(KRX)는 부산지역 코스닥 상장사인 케이에스피의 주권 매매거래를 25일 정지시켰다고 밝혔다. 이는 케이에스피가 지난 22일 부산지방법원에 회생절차(법정관리)를 신청한 데 따른 조치다. 이 절차는 자력으로 회생이 불가능한 기업에 대해 법원이 지정한 제3자가 해당 기업의 경영 전반을 대신 관리하는 것이다.

KRX 업종코드상 '일반 목적용 기계 제조업'에 속한 케이에스피는 선박용 엔진 밸브 등을 만들어 대형 조선사에 납품하는 회사다. 모회사인 한국공작기계가 극심한 자금난을 겪으면서 동반 어려움에 빠진 것으로 알려졌다. 케이에스피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2014년 8억5294만 원에서 지난해 25억2602만 원으로 3배 가까이 확대됐다. 올해 1분기에는 8805만 원으로 적자를 면했으나 지난해 1분기(1억3402만 원)와 비교하면 34.3%나 줄었다. 케이에스피는 지난 22일 공시에서 "경영 정상화를 위해 회생절차를 신청했다"고 설명했다. 이 회사의 거래정지는 회생절차 개시가 결정되는 날까지 지속된다.

이처럼 동남권 기계업종과 관련해 모회사와 계열사의 동반 법정관리 신청 사례가 발생하면서 자금난을 겪는 다른 기계업체 역시 조선업 구조조정에 따른 타격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동남권에서는 이들 두 회사뿐 아니라 STX중공업(조선기자재·기계부품)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지 못한 채 지난 22일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유형자산을 매각하는 업체들도 속속 나오고 있다. 선박용 안전밸브 등을 생산하는 조광ILI(경남 양산)는 자산 효율성 증대를 위해 부산 강서구 녹산산단에 있는 토지(9905.20㎡)와 건물을 오는 31일 98억5000만 원 규모로 처분(인수자 '대보산업')할 예정이다. 이는 조광ILI 총자산(537억9407만 원)의 18.31%를 차지하는 규모다. 이 회사의 영업이익은 지난해 1분기 5억1190만 원 흑자에서 올해 1분기 1억7201만 원 적자로 전환됐다. 이석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