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녀가 고심 끝에 준비한 아이템을 가지고 야심차게 사업을 준비하는데 자금 부족으로 어려움에 부닥친다면 도와주고 싶은 게 부모 마음이다. 하지만 아무리 부모자식간이라 하더라도 금전적인 지원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피할 수 없다. 직계존비속 간의 증여재산공제 금액인 5000만 원(미성년 2000만 원) 이내에서는 증여세가 부과되지 않지만 그 금액을 초과하면 별도로 세금을 낼 재원까지 마련해야 한다.

증여 금액이 억 단위가 된다면 증여세 부담도 만만치 않기 때문에 쉽게 결정을 내리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럴 때 고려해 볼 방법이 자녀에게 돈을 주는 것이 아니라 빌려주는 것이다.

직계존비속 간에 돈을 빌려준다면 일단은 증여로 추정한다. 하지만 계약서, 이자 지급 사실, 차입 및 상환내용, 자금출처 등의 구체적인 사실을 종합적으로 판단해 증여가 아닌 차입이 명백히 입증된다면 금전대차를 인정받을 수도 있다.

간혹 부모와 자식 간에 차용증을 쓰고 이자까지 받는 것이 야박하다고 생각하여 무이자 또는 저(低)리로 빌려주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무이자의 경우 대출금액에 적정 이자율을 곱하여 계산한 금액만큼, 약정 이자가 적정 이자율보다 낮다면 약정 이자와 적정 이자와의 차이만큼 증여세를 과세한다.

여기서 말하는 적정 이자율이란 당좌대출이자율을 고려해 기획재정부령으로 정하는 이자율인데 올해 3월 21일부터 8.5%에서 4.6%로 변경되었다. 가령 자녀가 부모에게 1%의 금리로 3억 원을 빌린다면 4.6%와 1%의 차이인 3.6%만큼 자녀가 증여를 받은 것으로 본다는 것이다. 계산을 해보면 차입금 3억 원의 3.6%인 1080만 원만큼 매년 증여를 받은 것이 된다.

당장은 금액이 많지 않아 증여세 문제가 없다 하더라고 수년간 매년 발생하는 증여재산 금액이 누적되거나 이미 과거 10년 이내에 증여한 재산이 있다면 합산하여 과세하므로 유의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금전 무상대출 등에 따른 이익의 증여' 규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이자의 차액이 1000만 원 이상이어야 하므로 사례의 경우 차용증의 이자를 조금만 높인다면 증여세 부과를 피할 수가 있을 것이다.

참고로 3억 원을 빌려주는 게 아니고 원금 전체를 증여한다면 세금 계산은 3억 원에서 5000만 원을 공제한 부분이 과세표준이 되고 3600만 원의 증여세를 자녀가 부담하게 된다.

금전대차와 증여를 비교하였을 때의 세금 부담은 큰 차이가 난다. 향후 자녀가 현금흐름이 좋아 차입금을 상환할 능력이 되리라 판단된다면 증여가 아닌 금전대차 거래를 활용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