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수주절벽 위기 타개책으로
- 노후 관공선·함정 등 교체
- 재정 조기집행 목소리 높여

- "선박금융 요건 완화하고
- 기자재 국산 의무화" 촉구도
- STX 밀린 납품대금 700억

수주 절벽에 내몰린 부산 울산 경남지역 조선업계가 정부 주도의 계획조선 발주 규모를 13조 원대로 파악하고 조기 선박 발주를 요청하기로 했다. 조선업계 전문가들과 학계에서 현실성 있는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어 정부의 결단이 시급하다.

■계획조선으로 경기 살려야

경남 고성군 동해면에 있는 SPP조선 고성조선소에 잡초가 무성하다. 이 조선소는 한때 근로자 1500여 명이 일하던 곳이지만 매각 불발로 2년째 문을 닫은 채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연합뉴스

부산 울산 경남지역 조선 관련 기관·단체들은 30일 정부 주도의 계획조선 발주의 선종별 규모와 재정 수요 규모, 조달 방안 등을 담은 '조선산업 회생을 위한 정책 건의서'를 발표했다. 공동건의서는 부산 울산 창원상공회의소를 비롯해 조선해양기자재연구원, 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 중소조선연구원, 해양수산개발원, 한국해양공학회, 부산산업클러스터산학관협의회 등 18개 기관·단체가 참여했다.

이들은 건의서에서 "조선업계가 파악한 계획조선 규모는 최대 385척, 13조5690억 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이어 "선종에 따라 최소 15년에서 많게는 30년 이상 된 노후선들인 만큼 정부가 관련 재정의 조기 집행을 통해 발주해 달라"고 요청했다.

대표적인 계획조선 대상인 노후 관공선의 경우 해양수산부를 비롯해 7개 지자체가 2017년부터 2019년까지 32척(1373억 원)을 교체할 계획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세월호 등으로 관심을 모았던 노후 여객선은 해수부의 연안여객선 현대화 계획에 따라 2020년까지 총 63척(9817억 원)이 교체 대상으로 조사됐다.

해경·해군 함정도 주요 교체 대상이다. 현재 해경은 총 307척(경비함정 203척, 특수함정 104척)을 보유하고 있는 가운데 2020년까지 교체 및 신규발주 수요는 55척, 1조1800억 원에 이른다. 특히 군함과 노후 관공선 등은 정부의 의지에 따라 관련 재정의 조기 집행이 가능할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정부의 '노후 원양어선 1단계 현대화사업 계획'에 따르면 선령 31년 이상의 원양어선은 2019년까지 123척으로, 수주 가능 금액은 4380억 원이다. 세계적으로 천연가스 소비가 늘면서 LNG선 수요도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한국가스공사가 보유한 선단 중 선령 15년 이상의 LNG선 17척에 대한 교체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밖에 벌크선, 일반화물선 등 25년 이상 돼 교체가 필요한 노후 중소상선은 45척(1조6000억 원)으로 파악됐다.

■정부 주도 선박펀드 시급

정부 주도 계획발주를 위한 선박건조 자금에 대해 부산상공회의소 등은 건의서에서 "정부 주도 선박펀드 조성을 확대하고 정책자금에 대해서는 무이자 지원과 함께 대출상환기간도 20년 이상으로 연장해 달라"고 요구했다. 또 "선종별로 달리 적용하는 선박담보 인정비율도 선종에 관계없이 80% 이상으로 상향 조정하고, 신규 선박 취득에 따른 취·등록세를 면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함께 현재 선박금융 지원과 관련해 중국과 일본은 0%대 금리 수준으로 선가의 최대 95%까지 지원하는 만큼 금리 3%대, 선가의 최대 50% 수준으로 지원하는 국내 조건을 일본, 중국 수준으로 맞춰 줄 것을 요구했다.

공동건의서 발표에 이어 부산상의는 1일 부산 새누리당과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7명을 부산상의홀로 초청해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조선산업 회생을 위한 정책 간담회를 개최한다.

부산상의 관계자는 "정부의 선제적인 계획조선 조기 발주와 함께 선박 건조에 필요한 조선기자재의 국산 사용을 의무화함으로써 조선 산업이 현재의 위기를 버틸 수 있을 것"이라며 "정부의 빠른 결단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이런 가운데 현재 STX조선해양의 법정관리로 납품대금을 못 받은 지역업체가 108개사에 달하며, 현재 동결된 납품대금은 70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산시는 조선기자재 수출 확대를 위해 수입국이 요구하는 '기자재 인증 획득' 지원을 지난해 60건에서 올해 70건으로 늘이고 관련 예산도 추경에서 2억 원 증액(총 6억 원) 반영하기로 하는 등 조선기자재 산업 살리기에 나서기로 했다. 또 한국조선해양기자재공업협동조합은 올해 연말까지 중국 상하이, 싱가포르에 현지 AS센터를 한 곳씩 개소할 계획이다.

임은정 황윤정 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