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리 투명·자금력·안전성 장점
- 확산 땐 도시정비사업 지각변동
- 신탁사, 동대신1 부산 첫 설명회

자금력과 부동산개발 사업의 노하우를 가진 부동산신탁사가 도시정비 사업에 본격 뛰어들면서 재개발·재건축 시장의 패러다임이 바뀔 것으로 전망된다.

29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시행된 '도시 및 주거환경 정비법' 개정안에 따라 부동산신탁회사가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단독 시행사로 참여할 수 있게 됐다. 법 개정 전까지 단독 시행자로 정비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곳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 등 공사 또는 공공기관으로 한정됐다.

업계에서는 신탁사가 정비사업의 단독 시행자로 나설 경우 여러 가지 장점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기존 정비사업 조합은 주민동의→준비위원회→추진위원회→ 조합 설립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 시간이 오래 걸렸다. 그러나 신탁사가 시행자로 나서면 사업비 조달부터 분양까지 일괄 책임지기 때문에 기존 조합 시행 방식보다 최소 1년 이상 사업기간을 단축할 수 있고, 조합 설립 등에 따른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사업관리가 투명하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신탁사의 자금은 금융감독원의 관리·감독을 받아 신탁사가 임의로 사용할 수 없다. 또 사업비 조달이 용이하고, 신탁사가 분양까지 모두 책임을 져 안전성도 기존 조합 방식보다 높다.

일부 신탁사는 시행을 넘어 시공까지 맡기 위해 건설업체를 인수하거나 투자하는 등 100조 원 규모로 추산되는 정비사업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부산의 재개발·재건축 시장에도 부동산신탁사의 진출이 시작된다. 부산 서구 '동대신1구역(삼익아파트) 주택재건축정비사업조합 설립 추진위원회'는 다음 달 1일 국내 부동산신탁업계 1위 업체인 한국자산신탁과 함께 설명회를 개최한다.

동대신 1구역은 설명회를 가진 뒤 전체 주민 4분의 3 이상이 신탁사의 시행사 참여에 동의할 경우 한국자산신탁은 시행자 지정 과정을 거쳐 본격 사업에 착수하게 된다.

전문가들은 부동산신탁사의 정비사업 참여가 본격화되면 재개발·재건축 시장에 지각변동이 일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동의대 강정규(재무부동산학과) 교수는 "전문성이 부족하고,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는 중소 규모의 재개발·재건축 사업장의 경우 기존 조합 방식에서 벗어나 신탁사에 시행을 맡기는 곳이 점차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