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정금리 비중 지난해 34% 육박
- 한은 기준금리 5년 새 2%P 하락
- 변동금리보다 비싼 이자 물어야

정부가 2011년부터 가계부채 안정화 대책으로 고정금리 확대 정책을 펼쳤지만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면서 이를 따른 서민 대출자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기준금리가 절반 가까이 떨어져 정부의 지침대로 고정금리로 돈을 빌린 주택담보 대출자들은 손해를 보고 있기 때문이다.

19일 한국은행경제통계시스템을 보면 예금은행 잔액기준 가계·고정금리 대출 비중은 2010년 4월 6.2%에서 올해 4월 31.5%로 5배가량 증가했다. 2011년까지 6%대를 유지하던 고정금리 비중은 2012년 11%대에서 2013년 22%대로 급증했다. 지난해에는 34.2%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반면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2010년 7월 2.25%에서 현재 1.25%로 반 토막이 났다. 특히 가계대출에서 고정금리 비중이 급증하기 시작한 2011년부터 매년 0.5%가량 떨어졌다. 결국 30%에 달하는 가계대출자가 비싼 이자를 지불한 셈이다.

지난해 2월 연 3.7%의 고정금리 상품으로 20년 만기(거치기간 2년) 원리금균등분할상환 조건으로 2억 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았다고 가정하면 변동금리보다 약 800만 원 손해다. 변동금리로 대출을 받았다면 금리는 현재 시장금리인 2.83% 수준으로 내려가 월 이자가 9만 원가량 적기 때문이다.

정부는 2011년 6월 가계부채 연착륙 대책을 발표하면서 고정금리 확대 정책을 펼쳤다. 당시 5% 수준이던 고정금리와 비거치식 분할상환 대출 비중을 2016년까지 30%로 늘리기로 했다.

이때부터 금융당국은 고정금리가 대출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이라고 홍보했다. 은행에는 해마다 고정금리 대출 비중 목표치를 정해줬다. 은행들은 변동금리 대출을 고정금리 대출로 변경할 때 중도상환수수료를 면제해주는 식으로 유도했다.

결국 정부는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늘면서 금리 상승 위험에 노출되는 가계 대출은 줄인 반면 한 푼이 아쉬운 서민의 입장에서는 변동금리로 돈을 빌렸으면 이자 부담을 줄일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한 셈이다. 저금리 기조가 이어지는 데다 변동금리로 갈아타려면 중도상환수수료를 내야 해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올해 한국은행이 한 차례 더 기준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이 높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고정금리 대출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며 "대출 갈아타기 상품을 문의하는 대출자도 많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신규 대출자들이 무작정 변동금리를 선택하기보다는 중도상환수수료와 향후 금리 추이 등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한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