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의 1분기 실적 호조 등으로 강한 반등세를 보였던 우리 증시가 지난 4월 말부터 조정을 받으면서 한 달이 넘게 '재미없는' 장세가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반등을 이끌 계기가 부족해 조정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단기적으로 외국인의 대규모 매물 출회가 예상된다는 점에서 조정의 강도 또한 커질 수 있다.

외국인의 대규모 매물 출회를 예상하는 결정적인 이유는 두 가지로, 중국 본토 주식의 MSCI 지수 편입 가능성과 최근 글로벌 신흥 시장(GEM) 펀드 자금 유출의 국내 증시 미반영을 들 수 있다. 먼저 중국 본토 주식의 MSCI 지수 편입 여부는 다소 전문적인 부분이라 이해하기가 쉽지 않을 수 있다. 쉬운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MSCI라는 대형 할인점에 중국, 한국, 대만, 인도 등을 합쳐 묶음으로 판매하는 제품이 있다. 당연히 그 묶음 제품이 많이 팔리면 거기에 포함된 국가들은 다 같이 수혜를 보는 구조이다. 하지만 그 안에 포함된 비중은 국가별로 차이가 있는데, 한 국가의 비중이 높아지면서 다른 국가들의 비중이 줄어든다. 현재 상황은 중국의 비중을 높이기 위한 심사가 진행 중이고, 그 결정이 오는 15일 새벽 발표된다.

다음으로는 최근 미국 금리 인상 우려 확대로 위험자산 선호심리가 둔화했는데도 외국인의 매도세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국내 증시의 외국인 수급은 글로벌 신흥 시장(GEM) 펀드 자금 흐름과 높은 동행성을 보인다. 평균적으로 GEM 펀드에서 100원이 빠져나가면 국내 증시에서 31원 정도의 외국인 자금이 순매도를 보였다. 하지만 4월 중순부터 말까지 3주간 GEM 펀드에서는 총 22억 달러(2조6000억 원)가 유출됐는데, 그 사이 외국인은 국내에서 1800억 원만을 매도하는 데 그쳤다. 이미 빠져나간 금액만 계산하더라도 외국인의 매도 가능 물량은 6500억 원가량 될 것으로 예상한다. 브렉시트 국민 투표 등으로 인해 위험자산에 대한 투자심리가 더욱 악화한다면 유출 규모가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그렇다면 지금 주식을 매도해야 하는가? 이번 고비를 넘기고 2분기 실적발표가 시작되는 7월부터 우리 증시는 다시 상승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투자 기간이 한 달 이상인 투자자라면 단기적인 외국인 매물 출회를 저가매수의 기회로 활용해야 한다. 투자 기간이 상대적으로 짧은 투자자는 당분간 주식시장에 대한 보수적인 태도를 유지할 필요가 있겠다.

변성진·BNK투자증권 리서치 센터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