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 바닷속을 다니다 보면 바다뱀을 자주 만난다. 산호초 사이를 미끄러지듯 다니며 먹이활동을 하다가 인기척에 놀라면 바로 몸을 숨긴다. 사람이 뱀에게 막연한 두려움을 가지고 있듯이 뱀도 사람을 겁내기는 마찬가지이다.

수백만 년 전 육지에서 바다로 내려간 바다뱀은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콧구멍은 물이 들어오지 않도록 밸브 형태로, 꼬리 부분은 노와 같이 납작한 모양으로 변해 수중활동이 한결 쉬워졌다.

땅 위의 뱀과 한가지로 바다뱀은 독을 가진 녀석과 독을 가지지 않은 녀석으로 구분된다. 독이 없는 바다뱀은 바다라는 환경에 적응을 한 종으로 '진성 바다뱀(True sea krait)'이라 부르며 독이 있는 바다뱀은 일반적으로 '바다독사(Sea krait·사진)'라 한다.

동물들이 독을 가지는 것은 생존을 위해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기 위한 수단이다. 바다독사 역시 마찬가지다. 이들은 진성 바다뱀과 달리 바다라는 환경에 완전히 적응하지 못했다. 바다독사가 알을 낳기 위해 해변으로 올라와야 하고 허파 호흡을 위해 한두 시간에 한 번씩 수면 부상을 해야 하는 반면, 진성 바다뱀은 물속에서 알을 낳을 뿐 아니라 피부 호흡을 하는 능력이 발달하여 구태여 수면으로 부상할 필요 없다.

바다독사의 독은 땅 위의 코브라보다 강하다고 알려져 있다. 뱀의 독은 크게 신경성 독과 혈액성 독의 두 가지로 나뉜다. 살모사는 혈액성 독을, 코브라는 신경성 독을 가지고 있다. 혈액성 독을 가진 뱀에게 공격받으면 출혈과 함께 상당히 고통스럽게 죽음에 이르며 신경성 독을 가진 뱀에게 물리면 통증은 없지만 아주 짧은 시간 안에 몸이 마비되며 목숨을 잃는다. 바다독사는 전 세계에 5종이 있는데 그 종에 따라 신경성 또는 혈액성 독을 가지고 있어 만약의 경우 어떤 해독제를 사용해야 할지를 구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