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상선 이어 고강도 구조조정
- 부채 7000억 상환 일단은 숨통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채권 금융기관의 자율협약(채권단 공동관리)이 4일 개시됐다. 이로써 한진해운은 지난달 22일 이사회에서 자율협약 추진을 결의한 이후 12일 만에 강도 높은 구조조정의 첫발을 떼게 됐다. 하지만 이번 협약이 글로벌 해운동맹 유지 등을 전제로 한 것이어서 한진해운을 둘러싼 앞으로의 상황이 더욱 순탄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산업은행에 따르면 7개 금융사(산은 포함)로 구성된 한진해운의 채권단은 이날 서울 여의도 산은 본점에서 회의를 열고 한진해운의 '조건부 자율협약' 안건을 100% 동의로 통과시켰다. 지난 3월 말 자율협약을 맺은 현대상선에 이어 국내 해운업계 '빅2'가 모두 고강도 구조조정에 돌입한 셈이다.

이날 협약에 따라 채권단은 향후 3개월(필요 시 1개월 연장 가능) 동안 한진해운에 대한 원리금과 이자 회수를 유예할 방침이다. 또 외부 전문기관을 선정해 경영정상화 방안을 수립하기로 했다. 지난해 말 기준으로 한진해운의 부채는 총 5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 중 채권단에 진 부채는 7000억 원이다. 따라서 한진해운은 적어도 3개월 정도는 이 7000억 원에 대한 상환 부담을 덜 수 있게 됐다.

다만 채권단은 ▷해외 선주들과의 용선료 인하 협상 완료 ▷글로벌 해운동맹 유지 ▷사채권자 채무 재조정 등을 전제 조건으로 달았다. 산은 관계자는 "이들 조건이 이행되지 않은 채 채권단만 자율협약을 진행하면 한진해운은 살아나지 못할 수 있다"며 "이 중 하나라도 무산될 경우 자율협약은 종료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은 '조건부 자율협약'을 통해 경영정상화의 첫발을 내딛는 동시에 채권단이 내건 조건들을 완수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한진해운은 이르면 다음 주부터 해외 선주들과 용선료 협상에 나설 방침이다. 오는 19일에는 사채권자 집회를 열어 만기 연장 등을 요구하기로 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 한진해운 자율협약 개시 일지 4월 22일 이사회에서 자율협약 추진 결정(채권단과 미협의) 4월 22일 최은영 전 회장 주식처분 논란 표면화 4월 25일 한진해운 신용등급 강등(BB→B-) 4월 25일 조양호 회장 경영권 포기 각서와 자율협약 신청서 제출 4월 25일 채권단 '추가 자구안' 요구 4월 26일 정부 '5대 취약업종 구조조정' 방안 발표 4월 29일 신용보증기금 채권단 탈퇴 4월 29일 금융위, 최은영 전 회장 직접 조사 5월 2일 한진해운, 임원 급여 삭감 등 자구노력안 발표 5월 4일 채권단, 조건부 자율협약 개시 결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