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은영 전 회장 주식처분 논란도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을 통해 강도 높은 구조조정에 들어간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국내외 투자자들에게 발행한 사채(社債) 규모가 3조3000억 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 해운업계를 대표하는 이들 두 회사가 향후 법정관리 등에 돌입할 경우 사채 투자자들의 대규모 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24일 금융투자업계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현대상선과 한진해운이 국내외 투자자를 상대로 매각한 사채 규모는 총 3조3458억 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공모채와 회사채, 영구채, 해외사채, 교환사채 등이 모두 포함된 액수다. 사채는 기업이 시설자금이나 운영자금 등을 조달하기 위해 일반 대중에게 발행하는 채권을 말한다.
우선 현대상선의 경우 공모채와 회사채 신속인수제 차환 발행액이 각각 8040억 원과 7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아울러 영구채는 200억 원, 해외 교환사채는 1300억 원에 달했다. 회사채 신속인수제는 부실기업의 회사채 차환을 지원해 주는 제도로 정부가 해운사를 돕기 위해 2013년 한시적으로 도입했다. 산업은행이 만기 도래한 회사채의 80%를 총액 인수하고 다시 신용보증기금, 채권단, 회사채안정화펀드가 각각 60%, 30%, 10%를 인수하는 구조다.
한진해운 역시 공모채로 4500억 원, 회사채 신속인수제로 8000억 원어치를 발행했다. 또 영구채 2200억 원과 교환사채 1960억 원을 포함해 2250만 달러(약 258억 원)의 해외변동금리부 사채까지 투자자에게 팔았다.
문제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자산 대부분을 처분한 두 회사가 법정관리에 들어가면 투자자들에 대한 변제율이 사실상 0%에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채권단이 이르면 다음 달 말 열리는 사채권자 집회에서 투자자들을 상대로 채권 만기연장 등을 설득할 가능성이 크지만, 일단 사채 투자자들의 손실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금융투자업계에서는 두 회사를 계열사로 거느린 한진그룹과 현대그룹에 대한 책임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하지만 상황이 이런데도 한진해운의 전 회장인 최은영 유수홀딩스 회장 일가는 자신들이 보유한 한진해운 주식 전량(최 회장 37만569주, 두 자녀 29만8679주)을 채권단 자율협약 신청 발표 직전 처분한 것으로 알려져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손실회피' 의혹이 일고 있다. 이에 대해 금융감독원은 주식 처분 경위 등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이석주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