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셀트리온·카카오 등 포함
- 전체 종목 87% 하락 장세
- "아시아 증시 급락세 여파로
- 국내증시 부진 당분간 계속"
- 내주 '블랙 먼데이' 우려도

코스닥시장에서 4년6개월 만에 처음으로 서킷브레이커(거래 일시 정지)가 발동된 것은 대내외 리스크에 고스란히 노출된 국내 증시가 패닉 상태에 빠질 정도로 위험 수위에 도달했다는 것을 시사한다. 전문가들은 국제유가 하락 등 연초부터 글로벌 경제를 강타한 각종 악재가 갈수록 심화하고 있는데다 중국 일본 등 국내 주식시장에 영향을 미치는 아시아 증시가 급락세를 보인다는 점을 근거로 코스피와 코스닥의 부진이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코스닥은 연초 중국의 증시 급락 등으로 코스피가 혼란에 빠질 때에도 680선 안팎에서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코스피보다 상대적으로 내성이 약한 코스닥시장이 주요국의 증시 폭락과 국제유가 하락 등 설 연휴 이후 한꺼번에 쏟아진 대내외 악재에 그대로 노출되면서 결국 이틀간 10% 이상의 폭락을 기록했다.

실제로 이날 아시아를 포함한 해외 증시는 일제히 주저앉았다. 11일(현지시간) 미국 다우존스 산업평균 지수는 254포인트(1.6%) 하락한 1만5660을 기록하며 2년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 S&P500 지수와 나스닥 지수도 각각 1.2%와 0.4% 하락 마감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0.63% 떨어진 2763.49를 기록했고, 홍콩 항셍중국기업지수(H지수)는 1.99% 내린 7505.37에 거래를 마쳤다. 일본 닛케이225지수 역시 1년4개월 만에 1만5000선 아래로 내려갔다. 국제유가 하락도 가파르게 진행돼 미국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날보다 1.24달러(4.5%) 하락한 배럴당 26.21달러를 기록했다.

이 때문에 코스닥에 상장된 1158개 전체 종목 중 86.9%에 달하는 1007개 종목의 주가가 이날 하락세를 나타냈다. 시가총액 상위 100개 종목 중에서도 대장주 셀트리온(-11.66%)과 시총 2위 카카오(-7.85%)를 비롯한 94개 종목의 주가가 내려가며 코스닥지수의 전체 하락을 이끌었다. 특히 그동안 높은 밸류에이션(평가가치) 부담을 안고 있던 제약업종 지수는 10.32%나 하락했다.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서도 시총 상위 10개 종목 가운데 한국전력(1.34%)과 현대자동차(4.58%)를 제외한 8개 종목의 주가가 내려갔다.

문제는 전망도 밝지 않다는 것이다. 글로벌 증시 혼돈과 국제유가 하락, 환율 변동성 확대 등 한국 경제를 둘러싼 리스크가 여전히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한 주의 주식시장이 시작되는 다음 주 월요일(15일) 글로벌 증시가 또다시 흔들리면 국내 증시가 '블랙 먼데이'를 맞을 가능성도 있다. KDB대우증권 김학균 연구원은 "최근 세계 증시 전반에서 나타나는 조정(불확실성)은 강도가 너무 강하다"며 "코스피가 지금보다 더 하락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도 "코스닥의 급락은 전 세계적인 안전자산 선호 현상 강화가 차익실현 매물로 이어졌기 때문"이라며 "앞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안정을 찾고 반등에 나선다 해도 코스닥은 상대적으로 부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