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의장이 10일(현지시간) 청문회 증언에서 미국 경제 전망에 위험 요인이 있다고 진단하며 추가 금리 인상 지연을 시사했다. 신화 연합뉴스

- 저유가·엔고·美금리 대외악재
- 개성공단 가동중단까지 겹쳐
- 3% 하락…3년 6개월래 최대치
- 홍콩H지수도 5% 이상 폭락

- 당국, 변동성 확대땐 비상대응

글로벌 경기 둔화와 저유가 지속 등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이 갈수록 커지면서 아시아 금융시장이 혼란에 휩싸였다. 설 연휴를 마치고 엿새 만에 개장한 코스피는 북한발 리스크까지 겹쳐 3% 가까이 내려갔다. 국내 주가연계증권(ELS) 투자자의 손실 여부와 밀접하게 연관된 홍콩항셍중국기업지수(홍콩H지수)도 5% 가까이 급락했다.

11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지난 5일)보다 56.25포인트(-2.93%) 하락한 1861.54로 장을 마쳤다. 이날 하락률은 2012년 5월 18일(-3.40%) 이후 3년9개월 만의 최대치다. 특히 이날 지수는 오전 한때 1858.90(-3.07%)까지 밀려나기도 했다. 코스닥지수도 33.62포인트(4.93%) 급락한 647.69로 장을 마치며 2013년 6월 25일(-5.44%) 이후 2년 8개월 만에 가장 큰 하락률을 기록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 재닛 옐런 의장이 10일(현지시간) 기준금리 인상의 연기 가능성을 시사했는데도 미국과 유럽 증시가 오히려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 투자 심리의 급격한 위축을 가져왔다. 10일 미국 뉴욕증권거래소에서 다우존스 30 산업평균 지수는 0.62% 하락 후 마감됐다.

특히 북한의 장거리 미사일 발사(지난 7일)와 우리 정부의 개성공단 가동 중단 결정(10일), 일본 증시의 급락(본지 11일 자 14면 보도) 등 설 연휴 기간 발생한 대내외 악재가 이날 주식시장에 한꺼번에 반영되면서 코스피·코스닥의 폭락으로 이어졌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26달러대(이날 두바이유 기준)로 떨어진 것도 영향을 미쳤다. 대신증권 이경민 연구원은 "코스피의 단기 충격은 불가피하다. 1850선까지 내려갈 가능성이 있다"고 밝혔다.

한국 증시뿐 아니라 홍콩H지수도 저유가 등에 따른 글로벌 증시의 혼돈 여파로 4.93% 급락한 7657.92에 장을 마감하며 2009년 3월 20일(7495.96) 이후 8년11개월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중국과 일본 증시는 각각 춘제(春節·음력설) 연휴와 건국 기념일을 맞아 휴장했다. 다만 엔화는 초강세를 나타냈다. 달러 대비 엔화 환율은 2.12엔 내린 112.90엔에 거래되며 2014년 10월 이후 1년4개월 만에 처음으로 112엔대에 진입했다. 달러 대비 엔화는 하락한다는 것은 엔화가 강세를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에 따라 원·엔재정환율도 100엔당 1060.27원에 거래되며 2014년 3월 3일(1061.11원) 이후 2년11개월 만에 1060원을 넘어섰다.

이처럼 한국을 포함한 글로벌 증시의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금융당국은 이날부터 '24시간 비상대응체계'를 구축해 금융시장 동향을 밀착 모니터링하기로 했다. 지정학적 리스크 고조에 따른 외국인 투자자금의 급격한 유출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되면 비상대응 계획(컨틴젼시플랜)에 따라 대응할 방침이다.

이석주 기자 serenom@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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