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년보다 12조4000억 원 더 걷혀
- 소득세·법인세 징수액 차이 확대
- 조세정의·지속적 확보대책 절실

국세가 세입 예산안보다 2조2000억 원이 더 걷히면서 우리나라가 4년 만에 세수 부족에서 벗어났다. 그러나 이는 담뱃세 인상과 근로소득세 증대 등에 따른 성과여서 정부가 '서민 호주머니를 털어 빈 곳간을 메웠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됐다. 또 지난해 7월 추가경정예산 편성 때 목표치를 221조1000억 원에서 215조7000억 원(-5조4000억 원)으로 줄이지 않았다면 5년 연속 세수 결손 사태를 맞을 뻔했다.

5일 정부는 2015년 회계연도 세입·세출 실적을 확정했다. 지난해 국세수입은 217조9000억 원으로 전년(205조5000억 원)보다 12조4000억 원이 늘어났다. 세입 예산안(215조7000억 원)에 비해서는 2조2000억 원이 증가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2012년 회계연도 이후 4년 만에 세수 부족을 면하게 됐다. 2012년 2조8000억 원이던 세수 결손액은 2013년에는 8조5000억 원으로 늘어난 뒤 2014년에는 사상 최대인 10조9000억 원을 기록했다.

국세와 세외수입 등을 합친 총세입은 328조 원, 총세출은 319조4000억 원으로 집계됐다. 결산상 잉여금(총세입액-총세출액)에서 다음 연도 이월액을 뺀 세계잉여금은 2조8000억 원 흑자가 났다.

정부는 부동산 시장 활황과 비과세·감면 정비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으로 국세가 증가해 세입 예산을 초과 달성하게 됐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국세 수입 세목을 살펴보면 정부의 이런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정부는 지난해 개별소비세 8조 원을 거뒀다. 이는 전년 대비 2조4000억 원(42.3%)이 늘어난 수치로 이 가운데 1조7000억 원은 담배 개별소비세를 신설해 담뱃값을 올렸기 때문에 징수가 가능했다.

명목임금이 상승됐기 때문이라지만 근로소득세(27조1000억 원)가 2014년에 비해 1조7000억 원 증가한 것도 근로자의 처지에서는 달가운 일이 아니다. 특히 소득세(근로·종합·양도·이자)와 법인세의 차이가 점차 벌어지는 현상은 정부가 기업 편을 든다는 오해를 하게 만든다. 지난해 소득세는 60조7000억 원으로 법인세(45조 원)보다 15조7000억 원이 더 많았다. 소득세가 법인세보다 더 걷히기 시작한 때는 2013년부터다. 그해 1조3000억 원이었던 소득세와 법인세의 징수액 차이는 2014년 3조9000억 원으로 늘었다. 시민단체 등에서는 조세정의를 위해 22%인 법인세율을 더 올려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정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양도소득세(11조9000억 원)가 전년 대비 3조8000억 원 늘어난 점도 보는 시각에 따라 해석에 차이가 난다. 정부는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재임 때 부동산경기 활성화를 이유로 대출규제를 완화하면서 지난해 3분기 현재 가계부채가 1166조 원으로 급증해 한국경제의 앞날을 가로막을 수도 있는 '시한폭탄'으로 떠올랐다.

이 때문에 경제계에서는 정부가 담뱃값 인상 등과 같은 일회성 정책보다는 지속적으로 세수를 확보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특히 부동산과 같이 불확실성이 심한 부문에서는 불황에 따라 주택 거래량이 줄면 양도소득세가 크게 감소해 국세 수입에 큰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염창현 기자 haorem@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