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올해 설에는 저가 위주의 실속형 상품을 구매하려는 '불황형 소비'가 확산하고 있다. 특히 이번 설 대목에는 중저가 선물세트 등이 백화점 매출을 견인하면서 대형마트나 전통시장은 상대적으로 위축되는 분위기다.

4일 롯데백화점 부산본점은 설 선물을 준비하려는 주부들로 북적였다. 주부 이선영(48) 씨는 "올해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가 좋은 3만 원대 선물세트를 고를 계획"이라며 "같은 가격대라면 백화점용 선물을 받는 게 좋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주부 김미진(52) 씨는 "그동안 마트에서 선물을 샀는데 이번 설에는 백화점에도 싸게 파는 물건이 많아 선택 폭이 넓어졌다"고 말했다.

이처럼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설 대목 소비 패턴이 실속형으로 고착화되고 있다. 더욱이 백화점이 앞장서 소비자들의 구매 욕구에 맞춰 고가 대신 중저가 상품을 전진 배치해 설 선물세트 매출에서 대형마트를 앞지르면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부산지역 롯데백화점 4개 지점에 따르면 올해 설 선물세트는 건어물과 생필품세트가 강세를 보이며 전체적으로 20%의 성장률을 보였다. 김 멸치 등 3만~5만 원대의 중저가 실속형 선물을 선호하는 고객이 전년보다 대폭 늘었기 때문이다. 특히 롯데백화점 광복점이 선보인 '아이 러브 부산 10대 천왕 세트' 상품전은 큰 인기를 얻었다. 신앙촌 간장은 설 선물세트 판매 매출이 1억 원을 넘었고, 고래사 어묵과 장석준 명장의 명란젓 선물세트도 3000만 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했다. 신세계 센텀시티도 실속형 선물세트인 차 한과 건강식품 등 가공품 종류가 매출의 40%를 차지했다. 매년 선물세트 단골 품목이었던 굴비 한우 갈비 과일 등 신선세트의 판매량은 다소 주춤했다. 그 대신 곶감 젓갈 장류 등이 인기가 많았다.

하지만 전통적으로 명절 특수를 누리던 대형마트는 매출 신장률이 떨어지면서 설 대목 특수는 실종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날 부산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16년 부산지역 소매유통업 설 경기 동향'에 따르면 올해 설 기간(설 전 10일간) 지역 소매유통업계의 예상 매출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7%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설 기간의 예상 매출 증가율(2.3%)과 비교하면 5.0%포인트 감소한 것이다. 명절 선물세트 역시 10만 원 이상 고가 선물세트의 판매 비중은 지난해보다 5.7%포인트 감소한 반면 3만 원 미만 저가 선물세트 판매 비중은 10.7%포인트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부산지역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전보다 설 선물세트 판매량이 떨어지고 있다"면서 "앞으로 2, 3일 동안 총력전을 벌여 매출을 끌어올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임은정 김미희기자 iej09@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