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조기. 출처=pixabay

주부 김순동(59·부산 연제구 거제동) 씨는 설(8일)을 닷새 앞둔 3일 낮 제수용 생선을 사러 부산진구 부전시장을 찾았다. 근검절약이 몸에 밴 김 씨는 이날 장을 본 뿌듯함을 느꼈다. 37년 차 주부의 노련미를 발휘해 3만5000원짜리 조기를 3만3000원에 구매했기 때문이다. 냉동실에 조기 명태 등을 넣으며 김 씨는 "자식들이 부쳐준 돈인데, 아껴 써야지!"라며 미소 지었다.

김 씨에게 물었다. "같은 크기의 3만 원 짜리 조기 1마리와 비록 정부 비축품이기는 하지만 2만2000원짜리 조기 1마리가 나란히 있다면 어느 것을 사겠는가?" 김 씨는 "당연히 2만2000원짜리지. 말만 잘하면 2만 원에도 살 수 있겠구먼. 어차피 냉동실에 며칠 넣어둬야 하는데, 우리 같은 서민은 저렴할수록 좋지. 그런데 정부 비축물? 그게 뭔데?"라고 되물었다.

설 명절을 앞두고 주부들의 장보기가 절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김 씨와 같은 지역 소비자들은 부산이 '수산1번지'인데도 구매가격 면에서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부가 명절 제수품 가격 안정 등을 위해 미리 수매해 뒀다가 명절 전에 시장에 방출하는 정부 비축품이 부산의 시장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다. 비축품은 일반 물량에 비해 평균 30%가량 저렴하다.

해양수산부와 부산시 등에 따르면 이번 설 연휴 정부는 전국 59개 전통시장과 수협바다마트 등에 조기 명태 고등어 등 총 4600t의 비축물을 방출했다. 이 중 지역에는 서구 소재 충무동새벽시장 단 1곳에 명태 3t이 공급됐다. 전체 물량의 0.06%에 불과하다. 부산에는 수협바다마트가 없다.

실제로 이날 오전 취재진이 부산 서구 충무동새벽시장을 찾았지만 비축물을 내놓고 손님을 기다리는 상인은 보이지 않았다. 대부분의 상인과 소비자가 아예 이 제도 자체를 모르고 있었다.

이에 대해 해수부와 수협중앙회 측은 "부산은 산지인 까닭에 상인 대다수가 냉동 비축물 대신 선어 판매를 선호하는 것 같다. 공급을 강제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시장번영회 등에서 요청하면 공급해 줄 수 있는데 부산에서는 그런 요구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상인들의 선택에 의해 제도 적용 여부가 좌지우지되다 보니 부산 소비자는 모르고 비싸게 사고 있는 셈이다. 따라서 수산업계에서는 "제도 적용을 상인들의 자율성에만 맡기기보다 지자체나 단위 수협 등에서 일괄적으로 물량을 확보해 공급하는 방안을 마련하는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승륜 기자 thinkboy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