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승 행사 날짜가 겹치면서 화제가 됐던 르노삼성자동차의 SM6와 기아자동차의 올 뉴 K7의 시승 행사가 열린 지난 2일.
르노삼성차 측은 이날 오후 1시까지 기자들이 얼마나 많이 참석할지 노심초사하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예상했던 수준의 참석률을 보이면서 한시름 놓는 모습이었다.
기자는 참석한 다른 언론사 기자들로부터 이날의 겹치기 행사에 대해 어떻게 대처했는지를 들어봤다. 먼저 자동차 담당 기자를 1, 2, 3진으로 두고 있는 한 매체의 1진 기자는 양사의 참석 확인 연락을 받고 심히 갈등한 끝에 결국 본인은 두 행사 모두 불참하고 2, 3진 기자를 보냈다고 했다.
본인으로서는 두 개 출입처 모두에게 '우리를 저버리고 경쟁사 행사에 갔다'는 '배신'을 하지 않은 셈이니, 차라리 마음이 홀가분했을 것이다.
자동차 기자가 한 명만 있는 매체 중에서도 르노삼성차를 선택한 곳, 그리고 2진 기자를 기아차로 보내고 1진 기자가 르노삼성차 행사에 참석한 곳도 있었다.
업계 순위, 홍보 규모 등에서 기아차에 '밀릴 수밖에' 없는 르노삼성차의 입장에서는 그렇게 참석한 기자들이 고마웠을 것이다. 이들이 '기아차를 저버리고' 르노삼성차를 선택한 이유를 들어보니 '(당연히) 르노삼성차가 먼저 날짜를 정했으니까, 의리 때문에'라는 것이었다.
한가지 재미있는 사실은 비슷한 시기에 신차를 발표하고, 시승날짜까지도 같은 날 하게 된 SM6와 올 뉴 K7 사이의 관계다. 이 두 차종이 이렇게까지 할 정도로 맞수냐의 문제인데, 기아차는 "(제발) 올 뉴 K7을 SM6와 비교하지 말아달라"고 유독 강조한다. 그에 비하면 르노삼성차는 "올 뉴 K7도 경쟁대상이라면 대상"이라는 입장으로 한결 더 여유롭다.
우연의 일치인지는 모르겠지만, 시승행사일을 같은 날로 잡아 SM6를 견제하는 것으로 비춰질 수밖에 없는 기아차인데, SM6는 올 뉴 K7의 비교 대상이 아니라고 강조하는 모양새가 보기에는 좋지는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시간을 거슬러 올라가보면 지난해 8월 르노삼성차가 'SM7 LPe'를 출시하는 행사를 한 날, 기아차는 경기 화성 남양연구소에서 신형 스포티지 출시 이전 미디어 설명회를 열었다. 2008년에는 르노삼성차가 'SM7' 부분변경 모델을 공개하는 날, 기아차는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모하비'를 발표했다.
2007년 말 르노삼성의 'QM5' 시승행사일에 기아차는 중국에서 제2공장 준공식을 했다. '정말로 행사 날짜가 그날밖에 없었을까' 라고 생각해볼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김태경 기자 tgkim@kookje.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