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위에 바람결에 '나불나불' 날개 짓하는 나비가 있다면 물속에는 조류를 타고 헤엄치는 나비고기(농어목 나비고깃 과)가 있다.

땅위 나비의 연약한 이미지와는 달리 거친 파도와 조류에 맞서는 나비고기는 작지만 약하지는 않다. 이들은 자신이 살고 있는 영역으로 침입자가 들어오면 맹렬한 기세로 맞선다. 포식자의 기세가 강하면 산호초 사이로 몸을 숨기는데, 이때 노출되는 꼬리 부분에 있는 눈모양의 점무늬가 흥미롭다. 나비고기를 쫓거나 뒤에서 몰래 다가가는 포식자는 꼬리 부분의 점이 자신을 노려보는 눈처럼 보여 순간적으로 혼란에 빠진다. 나비고기는 이 틈을 이용하여 위험에서 벗어난다는 게 어류학자들의 일반적인 견해이다.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섬 렘베 해협에서 야간다이빙을 진행할 때 일이다. 밤바다 속을 둘러보며 수중랜턴을 비추자 산호초 사이에 복어와 나비고기 한 마리가 잠든 모습이 보였다. 인기척에 놀라 줄행랑을 치다가 해면 때문에 도망갈 길이 막히자 각각의 본능대로 반응을 보였다. 몸에 독을 지니고 있는데다 강한 이빨을 가진 복어가 몸을 부풀리며 맞서는 반면 나비고기는 몸을 돌려 꼬리에 있는 눈 모양의 점을 앞으로 향하게 했다(사진). 필자도 순간적으로 나비고기가 노려보고 있는 것으로 착각 했다.

팔라우를 찾았을 때는 수백 마리의 나비고기가 수중 절벽지대에 무리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관찰할 수 있었다. 대개의 경우 산호초에 삼삼오오 모여 사는 것과 차이를 보였다. 무리를 이루는 것은 포식자로부터 공동방어를 하기 위함일 것이다. 나비고기란 이름은 이들 지느러미 중 유난히 큰 가슴지느러미를 펼치면 나비 날개처럼 보인다 해서 붙여졌다.

※공동기획 한국해양대학교, 이텍솔루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