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래 동일 모델하우스 오픈. 국제신문 DB

- 건설업계 "올해 시장 다소 위축
- 분양 가격 적정 수준으로 책정"

"올해는 거품 없는 합리적인 분양가로 승부를 걸겠습니다".

지난 26일 열린 대한주택건설협회 부산시회 신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박정오 부산시회장(삼정기업 대표)은 분양가 얘기로 모임을 시작했다. 박 회장은 최근 지역 분양시장의 열기가 다소 식었다는 사실을 의식한 듯 시종 '착한 분양가'로 난국을 타개하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그는 "올해는 대내외적인 악재가 겹치면서 지난해보다는 주택건설 경기가 다소 위축될 것 같다"면서 "실수요자가 부담을 느끼지 않도록 분양가를 적정한 수준으로 책정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 자리에 함께한 이진건설 전광수 대표, 미진이엔시 김종탁 대표, 가화건설 김병균 대표, (주)협성 이왕락 대표, 서린건설 박만일 대표, 동원개발 이성휘 부사장 등 지역의 내로라 하는 향토 건설사 대표들도 박 회장과 뜻을 같이했다. 이들 모두 우수한 품질과 가격 경쟁력을 바탕으로 실수요자들의 발길을 붙잡겠다는 의지를 내비쳤다. 분양을 앞둔 한 건설사 대표는 "애초 3.3㎡당 분양가를 1000만 원 수준으로 책정할 예정이었으나, 최근 시장 상황을 감안해 800만 원대 중반으로 낮추기로 했다"고 말했을 정도다.

이처럼 지역 주택건설업체들이 앞다퉈 분양가를 낮추겠다고 나선 것은 현재 상황을 '위기'로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높은 분양가에도 불구하고 내놓는 아파트마다 완판 행진을 이어갔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가계대출 규제 강화와 분양권 프리미엄(웃돈)을 취득세 과세표준에 포함시키는 등 정책적인 영향으로 시장이 위축되고 있는 것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높은 분양가로는 더 이상 경쟁력이 없기 때문에 건설사 입장에서는 분양가 인하 카드를 꺼내 들 수밖에 없다.

그동안 지역 아파트 분양가가 너무 올랐다는 점도 분양가 인하 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지난해 부산지역 아파트의 3.3㎡당 평균 분양가는 1229만 원으로 2014년(971만 원)보다 26.6%나 올랐다. 3.3㎡당 평균 분양가가 2700만 원에 달하는 '엘시티 더샵'의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매우 높은 수준인 것은 틀림없다. 특히 향토 건설사들은 대기업 1군 업체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분양가를 책정해 분양가 인상을 이끌었던 게 사실이다.

이유야 어찌 됐든 분양가가 낮아진다는 것은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크게 반길 일이다. "투기세력이 아닌 실수요자에게는 올해가 내 집 마련하기에 가장 좋은 시기가 될 것"이라는 박정오 회장의 말대로 실제 서민들이 주택 마련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을지 주목된다.

이병욱 기자 junny97@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