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부산 남구 문현금융단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62층 한국거래소(KRX) 대회의실에서 열린 부산금융중심지 지정 7주년 기념행사 및 정책세미나에서 참석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김성효 기자 kimsh@kookje.co.kr

# 선택과 집중이 과제

- 국내기관 안정적 수익만 좇아
- 해양특화 국제 경쟁력 키워야

# KRX 구조개편 급해

- 세계 거래소 자본이동 시대
- 사업 다각화 않으면 뒤처져

부산은 2009년 1월 서울과 함께 금융중심지로 지정돼 대한민국 자본시장을 상징하는 도시로 성장해왔다. 2014년 12월 남구 문현동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한국거래소(KRX)와 한국예탁결제원 등의 금융기관이 입주하면서 부산은 '동북아시아 넘버원 금융도시'로 도약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정부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흐르면서 국제 금융기관을 유치할 수 있는 등 글로벌 금융클러스터가 되려면 갈 길이 멀다. 22일 열린 금융중심지 지정 7주년 기념 세미나에서도 이런 문제가 제기됐다.

■글로벌 경쟁력 부족

	윤창현 서울시립대 경영학부 교수 (왼쪽), 정창희 한국거래소 상무

서울시립대 윤창현(경영학부) 교수는 '금융중심지 정책 현황과 향후 전략 과제'라는 발제를 통해 "부산과 서울의 금융중심지가 국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전략적으로 강점이 있는 특화부문 성장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자산운용 투자은행 사모펀드 헤지펀드 벤처캐피털 등 자본시장 선진화와 금융산업 전반에 파급 효과가 큰 금융 분야 육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내 금융중심지는 2003년 12월 '동북아 금융허브 로드맵'을 수립하면서 시작됐다. 2007년 12월 '금융중심지의 조성과 발전에 관한 법률'이 제정됐다. 2008년 8월과 2011년 9월에는 각각 1, 2차 금융중심지 기본계획이 수립돼 ▷자본시장 고도화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금융 인프라 선진화 ▷금융중심지 조성 가속화 등의 정책이 추진됐다.

윤 교수는 "한국 금융은 산업화 자금의 안정적 공급 등 실물경제의 빠른 성장을 뒷받침하며 규모와 질적인 측면에서 크게 도약했다"고 우리 정부의 금융중심지 정책을 호평했다. 그 예로 국내 자본시장의 시가총액 규모가 세계 13위 수준으로 성장했고, 주가수익률(PER)도 주요 금융중심지 수준에 근접한 점을 들었다. 하지만 국내 금융회사들은 적극적인 해외시장 진출보다는 국내에서 안정적 수익 창출에 집중하면서 글로벌 경쟁력이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금융중심지에 입주한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 금융생태계 조성도 부족하다고 덧붙였다.

윤 교수는 "부산은 해양파생상품을 중심으로 시장 친화적 금융생태계 조성을 위해 산학연 협의체 구성, 국제회의 및 콘퍼런스 유치, 관련 테마를 발굴해야 한다"며 "외국인 금융투자가와 가족이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글로벌 빌리지 조성 등 부산 거주 외국인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거래소 사업 다각화 시급

KRX 정창희 상무는 'KRX 구조개편과 부산금융중심지 발전'이라는 발제를 통해 "세계 거래소는 자본이동 자유화와 금융IT(정보통신) 기술 발달로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했다"며 "지주회사 체제 전환 등 구조개편을 통한 사업 다각화가 시급하다"고 주장했다. 중국의 후강퉁(상하이와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허용)과 선강퉁(광둥성 선전과 홍콩 증시 간 교차거래) 등이 아시아 시장의 블랙홀로 부상한 데다 일본은 대만 등과의 교차거래를 통해 아시아 시장 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 상무는 "2005년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시장이 균형 있게 발전하면서 S&P, FTSE 선진지수로 편입되는 성과를 올렸다"며 "내부적으로도 탄소배출권 시장, 코엑스, 금 현물 시장 등 다양한 신상품과 신시장을 개발해 국제 경쟁력을 갖춘 제품군을 구축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수치를 통해서도 잘 알 수 있다. 2004년 말 기준 31조 원이던 코스닥 시장의 시가총액은 지난해 말 201조 원으로 6.5배나 성장했다. 하루 평균 거래대금도 6000억 원에서 3조5000억 원으로 6배가량 급증했다.

하지만 국내 자본시장은 경제 성장 둔화와 고령화 등으로 당분간 정체 현상이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에 따라 KRX도 수익성이 악화돼 글로벌 거래소에서 소외되는 분위기인 만큼 지주회사로의 전환이 시급하다.

장호정 기자 lighthous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