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누더기 법안 폐기가 더 낫다"

- 시·시민단체 전면 재검토 요구

한국거래소(KRX)의 지주회사 개편을 위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에 지주회사 부산 본사 조항을 없애는 방안을 정치권이 추진하는 데 대해 거래소 최경수 이사장이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지역 사회에서는 현재 개정안은 '부산이 빠진 누더기 법안'이라며 부산에 거래소 지주화 실익이 있는지부터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등 분노가 커지고 있다.

최 이사장은 4일 "거래소 지주사 본사를 부산에 두는 것에는 변함이 없으며, 껍데기만 부산에 남는 것도 아니다"며 "조만간 열릴 예정인 국회 임시회에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향후 거래소 정관과 법 시행령에 각각 부산 본사 조항과 영리사업 가능 조항을 넣어 부산에 본사를 둔 거래소 지주사가 다양한 수익사업을 통해 부산의 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사실상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이번 정기국회에서 통과가 힘들어졌기 때문이다. 오는 9일까지인 정기국회 내 법안이 통과되기 위해서는 늦어도 지난 3일까지는 법안이 처리됐어야 본회의 등의 절차를 통과할 수 있다. 

관건은 정기국회 폐회 이후 바로 열릴 예정인 임시국회에서의 법안 통과 여부다. 금융위원회와 정치권은 법률안 대신 정관에 부산 본사 조항을 명시하자고 부산시와 시민단체 등 지역 사회를 설득하고 있다. 하지만 지역 여론은 싸늘하다. 부산시와 시민단체 등에서는 "법률안 대신 정관에 부산 본사 조항을 명시하더라도 정관은 언제든지 바뀔 수 있어 받아들일 수 없다"며 "시행령 역시 정권과 정치권의 입맛에 따라 개정할 수 있고, 상장 차익이 부산에 보탬이 된다고 장담하기도 힘든 만큼 지금 상황에서는 법안을 폐기하는 것이 낫다"는 입장이다.

또 금융지주회사법에 따라 거래소 지주사 본사가 수익사업을 하지 못하도록 제한하는 규정과 지주사 전환 뒤 기업공개(IPO)로 생기는 상장차익 사용 계획에 대해서도 재검토해야 한다는 지역 사회의 목소리가 높다.

최 이사장은 "부산국제금융센터(BIFC)에 2000억 원 이상의 투자가 된 상황이어서 본사를 이전하는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며 "지주사 전환 이후 부산을 중심으로 글로벌 M&A와 사업 다각화를 통해 부산이 국제 금융중심지로 도약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