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거래소(KRX)의 지주회사 전환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지주사 본점의 부산 설치' 조항을 둘러싼 일부 의원의 반대로 또다시 난항을 겪자 부산지역 시민단체가 "해양·파생 금융중심지를 염원하는 400만 시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원안 그대로의 조속한 통과를 촉구하고 나섰다.

부산경제살리기시민연대와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등은 30일 성명을 내고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의 핵심 법안이 일부 야당 의원의 비상식적 요구에 가로막혀 첫걸음부터 위기에 놓였다"며 이같이 지적했다. 이들은 "해당 법안은 올해 초 정부의 코스닥시장 분리 시도에 맞서 부산 시민의 힘으로 쟁취해 낸 결과"라며 "이에 대한 반대는 부산 금융중심지 발전에 찬물을 끼얹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일부 의원이 'KRX 지주회사의 부산 설치 반대' 입장을 보이는 것과 관련해 "지주사 본점이 부산에 들어서는 것은 2005년 거래소 통합 당시 정부의 약속으로 시행된 'KRX 본사 부산 설립의 후속조치'"라고 강조했다.

이들 단체의 강력 반발은 지난 27일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간사 간 합의(본지 지난 28일 자 9면 보도)로 연내 처리 가능성이 높아진 해당 법안에 이상 기류가 감돌고 있는 데 따른 것이다. 정무위는 이날 오전 법안심사소위원회와 전체회의를 잇달아 열어 KRX 지주회사법(자본시장법 개정안)을 의결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야당 간사인 새정치민주연합 김기식 의원이 'KRX 지주회사 본점의 부산 설치' 조항을 놓고 반대 의사를 밝혀 소위와 전체회의는 열리지도 못한 채 연기됐다.

이 문제는 거래소 상장차익의 사회환원 방안보다 정치권 안팎에서 더 큰 논란을 야기할 것이라는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또 정무위 법안심사소위에 부산지역 의원이 한 명도 없는 탓에 지역 경제계에서는 일찌감치 우려가 제기됐던 부분이다. 부산금융도시시민연대 박인호 공동대표는 "부산의 금융중심지 정책이 좌초 위기에 놓였는데도 부산시와 지역 의원들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