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경력단절 주부 등 포함 돼 화제
- 반신반의 불식…업무 무난 평가

"솔직히 처음에는 걱정을 많이 했습니다."

시간제 근로자에 대한 한국주택금융공사(이하 주금공) 김재천(64) 사장의 초기 인식은 한마디로 반신반의였다. 이들이 조직 발전에 성공적으로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였다. 여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정부 권고에 따라 고용 안정성이 100% 보장되는 반면 하루 근무 시간은 4시간에 불과해 직무 전문성이나 연속성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시간제 근로자가 '일단 취직이 됐으니 반나절만 일하면 된다'고 생각할 것을 우려했다"며 "전국 지사장들에게 '관리를 제대로 안 하면 나중에 인사 문제가 될 수 있다'고까지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김 사장의 우려는 기우에 불과했다. 무엇이 그의 인식을 바꿨을까. 그는 지난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관에서 열린 기자간담회를 통해 지난해 말 부산 이전 후 시간제 근로자를 채용한 뒤 겪었던 일화를 소개했다.

주금공에서는 매년 신입 사원을 포함한 젊은 직원들을 대상으로 '실무능력시험'을 실시하고 있다. 자신의 업무를 조속히 숙지하도록 독려하고 해당 분야에서의 업무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다. 올해도 어김없이 부산과 서울 등에서 이 시험이 치러졌다. 특히 김 사장은 올해 시험이 끝난 뒤 '성적이 좋은 직원들'을 선별해 부산에서 식사 자리까지 마련했다. 본인 업무에 열정을 갖고 노력한다는 것이 '수치'로 증명된 만큼 사기를 진작하는 차원에서 이들을 독려하기 위해서였다. 여기서 김 사장은 첫 번째로 놀랐다고 한다. 식사 자리에 모인 우수 직원의 절반 이상이 시간제 근로자였기 때문이다. 아울러 이들 가운데 경력단절 여성의 일부가 포함돼 있다는 사실은 김 사장에게 두 번째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식사 자리에는 중학교 1학년생과 초등학교 4학년생을 둔 어머니가 있었습니다. 그녀는 실무능력시험에서 어떻게 좋은 점수를 받았느냐는 질문에 '퇴근 후 자식들과 함께 집 근처 독서실에서 업무와 관련된 공부를 한다'고 답변했습니다. 일각의 부정적인 평가와 달리 시간제 근로자가 본인 업무에 열정을 갖고 있다는 뜻입니다."

현재 정부는 시간제 일자리와 경력단절 여성의 채용 확대 부문에서 '고용률 70% 달성'을 핵심 방안으로 삼고 있다. 지난 7월에는 '고용절벽 해소 종합대책'을 통해 2017년까지 시간제 일자리 공무원을 4500명까지 뽑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하지만 공공기관들의 시간제 일자리 채용 규모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국회 입법조사처의 자료를 보면 조사 대상 공공기관 123곳 중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올해 초까지 시간제 근로자를 한 명도 고용하지 않은 기관은 81곳(65.9%)에 달했다.

이와 관련해 김 사장은 이 같은 말을 전했다. "시간제 일자리 제도가 해당 조직 뿐 아니라 저출산 문제에도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다른 공공기관들에게 말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