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9년 9월15일 처음 발행된 주택 복권이 등장했다. 대한민국 건국 이래 6·25 전비 조달과 박람회 경비 확보 등의 이유로수차례 일회성 복권이 발행된 적은 있었지만, 정기 복권은 주택 복권이 최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발행 목적은 '군·경 유가족과 월남전 참전 장병 등 무주택 저소득층을 위해 아파트 건립 기금을 마련하는 것'이었다. 1969년 주택 복권 한 장 가격은 '청자' 담배 한 갑과 같은 100원이었다. 1등 상금은 최초 논의 때는 500만원이었지만 '사행심 조장 논란을 줄이자'는 이유로 300만원으로 낮아졌다. 그래도 1970년 당시 국립대 1년 수업료가 약 3만 원이었던 만큼 이 액수는 여전히 서민은 꿈꾸기 어려운 거금이었다. 

주택 복권은 1969년 1회 발행 당시 서울에서만 살 수 있었고 판매 기간도 보름이나 됐다. 추첨은 판매 종료 후 닷새 뒤에 했다. 1주 1회 추첨하는 현재의 복권과 비교하면 '슬로우 푸드'나 마찬가지였다. 1회 주택 복권은 인기가 뜨뜻미지근해 복권 220만원 어치가 덜 팔리면서 판매 기간이 사흘 연장되는 수모(?)를 겪기도 했다. 2회부터는 부산·대구·전주 등지로 판매 지역이 확대됐고 1970년대 초부터는 주 1회로 발행 주기가 짧아졌다. 

1970∼1980년대 주택 복권은 숫자가 적힌 원형 회전판을 화살로 쏴 당첨 번호를정했다. 당시 TV로 중계되던 추첨 방송에서 진행자가 외치던 '준비하시고, 쏘세요!'란 말은 유행어가 됐고 지금도 중장년층이 주택 복권하면 떠올리는 상징이 됐다. 주택복권은 2000년대 로또 등 새 복권의 인기에 밀려 판매량이 크게 줄었고 2006년 3월 말 발행이 중단됐다.

디지털뉴스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