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위치 발신기가 부착된 구명조끼. 부산시 제공

- 착용의무 조항 없고 조업에 불편
- 국비지원 안해 위성사용료 부담

정부가 10억 원 가까운 예산을 들여 부산에 최초로 구축한 어선원 안전 시스템이 사장될 위기에 처했다. 자동위치 발신기가 부착된 구명조끼 착용이 조업 현장에서 이뤄져야 하지만, 제대로 이행이 안 되는 데다 비용 지원도 끊겼기 때문이다.

부산시는 4일 대형기선저인망·대형선망수협 지도계와 공동으로 U-기반 어선원 해양 안전관리시스템 활용 제고를 위한 회의를 열었다. U-기반 해양 안전관리 사업이란 2011년 행정안전부(현 행정자치부)가 전자정부지원사업법에 따라 공모해 부산시와 해양수산부가 공동 주관으로 참여한 자동위치발신기 부착 구명조끼 운영 사업이다. 2012년 국비 9억8000여만 원을 투입해 대형선망(600개)과 대형기선저인망(400개)에 단말기·조끼 1000개가 보급되고, 관련 서버 인프라가 구축돼 2013년부터 가동됐다.

이 사업은 어민 해난 사고 때 구명조끼 발신기가 작동해 위성을 통해 조난신고와 위치 발신이 이뤄져 추가 피해를 막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를 위해 해수부는 38억 원을 들여 전국 16개 어업정보통신국에 정보 수신 인프라인 어선안전 종합관리시스템을 구축했다.

하지만 활용은 저조하다. 시행 첫해인 2013년 대형선망 22개, 대형기선저인망 98개 선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한 결과, 활용도는 40% 수준. 지난해 수협 지도과의 구두 조사 때도 조합원 상당수는 '장비를 사용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일차적 원인은 어선원의 구명조끼 착용이 일반화돼 있지 않은 데 있다. 지난해 김영록 국회의원이 어선안전조업법안을 대표 발의했지만, 아직 어선 내 구명조끼 착용은 의무사항이 아니다. 여기에 오작동을 막기 위해 일체형 고무 작업복 안에 발신기가 부착된 구명조끼를 입어야 하는 등 착용의 불편함도 활성화가 안 된 이유다.

지원이 미비한 것도 문제다. 조끼 1개당 1년에 3만 원씩 하는 위성사용료 부담을 선주들이 꺼리기 때문이다. 2012년 시가 사용료를 보조하고, 2013년 수협이 부담했다. 올해는 시가 비용의 50%를 맡는 조건으로 나머지 국비 지원을 요청했지만, 기재·행자·해수부 모두 "시범사업이 끝난 상황에서 사용료까지 지원할 수 없다"며 난색을 보였다.

해수부 관계자는 "규모가 큰 선망·저인망 업계가 위성사용료를 부담하지 못해 지원받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일선 수협은 "구명조끼 착용도 제대로 안 하는 상황에서 선주들이 사용료를 내겠냐"며 "사업이 안착도 안 됐는데, 지원하지 않는 건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회의에서 시는 전수 조사로 단말기 충전 및 유지 여부를 파악한 뒤 위성 사용료 지원 방안을 찾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단말기 사용 자체가 안 되는 상황에서 사용료를 지원하면 자칫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