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병용 롯데물산 사장 등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이 4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홍보관에서 긴급 사장단 회의를 마치고 성명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뉴스

- 日롯데 사장도 "신 회장이 적임"
- 승기잡은 신동빈 여론몰이 공세

- 고령 부친 이용 역풍맞은 신동주
- 광윤사·우리사주 지분확보 전력
- 주총서 승부 나도 소송전 갈 듯

롯데그룹의 후계 구도를 좌우할 일본 롯데홀딩스의 주주총회 개최를 앞두고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귀국 이후 대대적인 여론몰이에 나섰다. 롯데그룹 계열사 사장단의 지지 성명을 등에 업고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을 향한 기선 제압 성격의 행보를 보이는가 하면, 부친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판단능력 이상설까지 집중 제기하고 있다. 재계 안팎에서는 주총 표 대결에서 신 회장과 신 전 부회장 중 어느 한쪽이 패배하더라도 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고 소송을 낼 가능성이 농후해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신 회장 측 대대적 여론몰이

롯데그룹 37개 계열사 사장단은 4일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홍보관에서 회의를 열고 신 회장을 지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이들은 롯데물산 노병용 사장이 대표로 읽은 성명서를 통해 "롯데그룹을 이끌어갈 리더로 오랫동안 경영능력을 검증받고 성과를 보여준 신 회장이 (후계 구도의)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날 성명에는 국민적 비판을 받고 있는 경영권 분쟁과 관련해 '죄송하다'는 내용이 담겼으나 신 회장이 롯데그룹의 경영권을 차지해야 한다는 것에 초점이 맞춰졌다.

쓰쿠다 다카유키(72) 일본 롯데홀딩스 사장도 이날 일본 도쿄에서 한국 취재진과 만나 "'한국사업 신 회장-일본사업 쓰쿠다 체제'가 매우 안정적이다. 한일 롯데의 분리는 있을 수 없다"면서 "신 회장과 함께하겠다"며 지지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그는 심지어 신 총괄회장의 건강 상태와 판단 능력까지 거론하며 "(신 총괄회장이) 같은 질문을 다시 한다든지, (일본 담당인 나를) 한국 담당으로 헷갈리셨다"고 말했다. 쓰쿠다 사장은 지난달 27일 신 총괄회장으로부터 해임을 당했으나 다음 날인 28일 신 회장 주도의 긴급이사회에서 유임을 확인받은 인물이다.

신 회장 측근의 이 같은 주장은 신 총괄회장과 신 전 부회장에 맞서 '신동빈 체제'를 굳히겠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이들의 성명이나 발언은 표면적으로 '자발적 입장 발표' 형식을 띠고 있다. 하지만 신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 자격으로 사실상 전권을 행사해 왔다는 점을 고려할 때 '대세가 기울었다'는 신 회장 측의 여론전 성격이 짙다. 실제로 신 회장은 전날 부친과 면담을 마친 뒤 곧바로 서울 잠실 제2롯데월드 공사현장을 방문한 데 이어 이날 역시 인재개발원 오산연수원을 방문하는 등 현장 행보를 이어갔다. 이는 경영권 분쟁에 개의치 않고 내부 다지기로 기선을 잡겠다는 의지로 분석된다.

■남은 카드 없는 신동주 주총에 사활

반면 신 전 부회장은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일본 롯데의 모든 직위에서 밀려난 데 이어 신 회장과 측근의 파상공세까지 더해져 남은 카드가 별로 없는 형국이다. 신 총괄회장을 포함한 가족과 친척을 설득해 지지를 얻은 듯했으나 성과는 사실상 전무했다. 오히려 경영권을 되찾기 위해 고령의 부친을 이용했다는 역풍을 맞고 있다.

여기에 국내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대부분의 발언을 일본어로 한 탓에 국민적 비판을 받았고, "60세 차남인 신 회장이 아버지인 신 총괄회장에게 맞았다"며 사태의 본질과 거리가 먼 사실을 폭로해 물의를 빚었다.

신 전 부회장은 일본 롯데홀딩스 주총에서의 승리를 위해 핵심 지배고리인 광윤사와 우리사주의 우호지분을 확보하는 데 전력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신 전 부회장이 지난 3일 일본행을 연기하며 대응책 마련에 들어간 만큼 조만간 반격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도 내놓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