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오른쪽) 롯데그룹 회장이 4일 경기도 롯데마트 오산 물류센터를 방문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 롯데그룹 제공

- 강한 애정 보여온 부친과 달리
- 건설 추진 확고한 의지 안보여
- 부산 창조경제혁신센터 등도
- 사업 후순위로 밀려날 가능성

롯데그룹 경영권 분쟁의 여파가 곧장 부산지역 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것은 그룹이 추진 중이거나 추진할 예정인 주요 사업의 상당수가 지역의 굵직한 현안과 직접적으로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이전투구 양상으로 진행 중인 경영권 분쟁이 장기화할 경우 부산에서 추진되는 기존의 사업이 차질을 빚거나 신규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특히 경영권 분쟁에서 우위를 점한 신동빈(60) 롯데그룹 회장의 경우 부산에 각별한 애정을 보여 온 신격호(94) 롯데그룹 총괄회장과 달리 동남권 지역과 별다른 연고가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신 총괄회장의 역점 사업이 예정대로 진행될지도 미지수다.

4일 롯데그룹에 따르면 롯데가 서울 다음으로 가장 활발하게 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역은 부산이다. 현재 ▷동부산복합쇼핑몰 ▷김해관광유통단지 ▷동부산테마파크 ▷부산 오페라하우스 등에 대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부산과 관련한 롯데의 역점 사업이 차질을 빚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부산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인근에 조성 중인 롯데쇼핑타운의 경우 핵심 시설인 107층 롯데타워의 완공이 불투명하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타워 건설에 강한 의지를 보여 온 신 총괄회장이 불명예 퇴진으로 권위가 실추된 상황에서 사업이 당초 계획대로 추진될지 미지수"라고 말했다. 롯데는 1995년 해당 부지에 체류형 관광 랜드마크를 지을 것을 전제로 옛 부산시청과 부산경찰청 부지를 매입하고 2002년 해양수산부로부터 영도대교 앞바다 1만2000㎡의 매립을 허가받았다. 하지만 2000년 롯데쇼핑타운 기공식 이후 14년째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현재 지하 벽체 마감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업계는 신 총괄회장을 제외한 신 회장과 신동주(61)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등이 롯데타워 건설을 모두 반대해 기존의 107층 타워 건설 계획이 변경될 수 있다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아울러 부산에 연고가 없는 신 회장이 신 총괄회장만큼 지역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타워 건설을 추진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롯데그룹의 한 고위 임원은 "롯데타워 건설은 신 총괄회장이 고향에 필생의 사업으로 추진하고 있지만 신 회장은 '서울에 제2롯데월드를 건설하는데 굳이 부산에 100층 이상의 초고층 타워가 필요한가'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롯데가 투자한 굵직한 지역 사업의 향배도 우려된다. 현재까지 롯데는 ▷동부산복합쇼핑몰 4312억 원(총사업비 4800억 원) ▷김해관광유통단지 2855억 원(4500억 원) ▷부산 오페라하우스 400억 원(1000억 원)을 집행했다.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예산 집행이 늦어질 경우 관련 사업의 차질이 예상되는 대목이다. 특히 오페라하우스 건립의 경우 롯데그룹이 기부를 약속한 1000억 원 이외에 추가 지원을 협의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부산시가 더욱 난감한 상황이다.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도 롯데 유통 계열사의 경쟁력을 최대한 활용하는 사업인 만큼 경영권 분쟁이 지속되는 동안 힘을 얻기 어렵다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신 회장은 센터 개소식을 포함해 수차례 부산을 방문하며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의 사업 진행 상황을 직접 챙겼다. 경영권 분쟁 등으로 의사결정이 지체되거나 후순위로 밀릴 경우 센터의 역점 사업 중 하나인 지역브랜드 세계화 등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이 일정 부분 피해를 보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