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가경정예산 편성 등 정부의 대대적인 재정보강 정책에도 불구하고 해외 기관들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올해 경제 성장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예측이 그대로 들어맞게 되면 정부는 현실 분석 및 미래 전망 능력 등이 크게 부족했다는 비판에서 벗어나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30일 경제계에 따르면 해외 투자은행(IB)들은 세계 시장의 불확실성 등을 근거로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을 다시 하향조정하고 있다.

HSBC는 최근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8%에서 2.4%로 내렸다. HSBC는 한국의 높은 가계부채 증가세,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로 인한 관광객 감소와 소비 부진, 중국 등 신흥국의 성장세 둔화에서 비롯된 수출 부진 등을 이유로 내세웠다. 일본의 노무라증권은 추경과 완만한 민간소비 회복세 덕분에 한국의 3분기 GDP 성장률이 전기에 비해 0.8%, 4분기에는 1.0%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했지만 상반기 부진이 워낙 심해 연 성장률은 2.5%를 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모건스탠리 역시 성장률 2.5%를 상한선으로 제시했다. 바클레이즈는 한국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당초의 3.0%에서 2.6%로, 씨티그룹은 2.8%에서 2.7%로 각각 낮춰 잡았다. 뱅크오브아메리카-메릴린치는 2.7%를 언급했다.

해외 투자은행들의 이 같은 예상은 정부가 내세운 전망치 3.1%보다 크게 낮은 수준이다. 정부는 올해 초만 해도 경제성장률 3.8% 달성을 자신했으나 기대와 달리 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데다 메르스 사태로 내수부진까지 겹치자 지난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 발표 때 전망치를 3.1%로 내렸다.

반면 경제 전문가들은 현재의 경기 상황을 고려하면 3.1% 달성마저 쉽지 않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이 수치에 다다르기 위해서는 3, 4분기 성장률이 상반기에 비해 크게 뛰어올라야하지만 추경이 집행되더라도 이런 가능성이 크지 않아서다. 이 때문에 KDB대우증권(2.5%), LG경제연구원(2.6%), 삼성증권(2.7%), 한국경제연구원(2.7%) 등 국내 기관들도 올 경제성장률에 대해 비관적인 전망을 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정부의 과다한 낙관론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경제전문가는 "정부가 추경 효과에 지나치게 큰 기대를 거는 것 같다"며 "국내외 기관들의 경제성장률 하향조정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 국내외 기관 한국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 HSBC 2.4% 삼성증권 2.5% 모건스탠리 2.5% 노무라증권 2.5% 바클레이즈 2.6% JP모간 2.6% BNP파리바 2.6% 한국경제연구원 2.7% 골드만삭스 2.7% 뱅크오브아메리카- 메릴린치 2.7% 씨티그룹 2.7% 한국은행 2.8% 한국금융연구원 2.8% 한국개발연구원(KDI) 3.0%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 정부 3.1% 국제통화기금(IMF) 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