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자신을 다시 롯데홀딩스 사장에 임명한다'는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 지시서를 30일 공개했다. 그는 동생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진에 대한 해임 지시서도 함께 내놓았다.
신 전 부회장은 이날 KBS와의 인터뷰에서 해임 지시서를 내보이며 "쿠데타라는 표현을 이해할 수 없다. 아버지가 자신의 권한을 행사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가 해임 지시서를 전격 공개한 것은 지난 27일 신 회장 등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하려던 조치가 신 총괄회장의 뜻이었다는 점을 증명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신 총괄회장이 일본으로 떠나기 전날(26일) 작성한 것이라면서 신 전 부회장이 공개한 지시서는 모두 2장이다. 한 장은 신 전 부회장 등 4명을 사장과 임원으로 임명하라는 내용이 신격호 총괄회장의 서명과 함께 들어 있다. 다른 한 장에는 신 회장을 포함한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을 직위해제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신 총괄회장이 이 지시서로 롯데홀딩스 이사들을 해임시키려 했지만, 이사들이 불복하자 직접 일본으로 건너갔다는 게 신 전 부회장의 주장이다. 또 그는 지난 15일 신 회장이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로 취임한 것 역시 "아버지 의사에 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신 총괄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의 핵심 임원 3,4명을 해임한다는 내용의 지시서를 작성하고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확한 해임 지시 날짜는 전해지지 않았지만, 지난 15일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회가 신동빈 한국 롯데그룹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한 직후로 보인다.
한국 롯데그룹은 이런 지시서를 아직 받지 못했으며 일본 롯데홀딩스가 받은 지시서 내용에 대해서도 알 수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또 한국 롯데 관계자들은 신 총괄회장의 판단력이 흐려진 틈을 이용해 장녀 신영자 롯데복지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일부 친인척들이 한일 양국 롯데 핵심인물에 대한 전방위적인 해임을 시도한것으로 풀이하고 있다.
실제로 롯데 관계자는 이런 종류의 해임 지시서가 효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에 대해 "법률적으로 유효한지 여부를 떠나 신 총괄회장이 이성적으로 경영적 판단을 할 상태가 아니라면 정상적 인사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다른 롯데 고위 관계자도 신 총괄회장이 문서에 서명 대신 주로 도장을 찍는다면서 해임 지시서에 서명한 사실만 봐도 그가 분명하고 뚜렷한 판단 능력으로 행한 인사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신 총괄회장의 판단능력 상실 등 건강 이상설이 더욱 힘을 받는 대목이다.
신 총괄회장은 일본에서 일련의 소동을 겪고 지난 28일 한국에 돌아온 직후 기력이 급격히 떨어져 의사의 진료를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날 입국한 부인 시게미쓰 하츠코 씨 역시 이 소식을 듣고 친척과 함께 한국을 찾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신 전 부회장은 한국 롯데그룹이 제기하고 있는 신 총괄회장의 건강 이상설과 관련, "아버지의 판단 능력은 충분한 상황이며 그를 대표이사직에서 해임시킨 신 회장의 행위는 무효"라고 반박하고 있다.
